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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의 두 주역, 거사는 성공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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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샌지 수배령… 매닝은 수감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파문의 두 주역 줄리언 어샌지와 전 미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이 미국 등 세계 외교가를 일대 혼란에 빠트렸다.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 전문(電文)을 세상에 폭로한 뒤 각국은 뒷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사람은 ‘거사’에 성공한 영웅 대접과 선량한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넣은 ‘반역자’ ‘테러리스트’ 취급을 동시에 받고 있다.

◇어샌지                             ◇매닝
줄리언 어샌지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샌지가 세계 곳곳에서 쫓기고 있다. 스웨덴 당국은 지난달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어샌지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지난 30일 스웨덴의 체포영장에 근거해 어샌지를 체포하라는 경보를 회원국에 내렸다. 어샌지의 조국인 호주도 추적하고 있다. 미국은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국익과 외교활동을 침해했다고 보고 어샌지 등에 대해 ‘간첩법’ 적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간첩법 적용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 침해 등으로 무리라는 게 미국 내 다수의 견해다. 1917년 제정된 간첩법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광범위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연방대법원의 판례 때문에 비밀문건 유출사건 적용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또 처벌을 위해 미국인이 아닌 어샌지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영국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어샌지는 영국 런던에서 몇몇 해커·조직원들과 함께 은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세 차례의 위키리크스 폭로 때와는 달리 이번엔 언행을 조심하고 있다. 그는 3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미국 외교 인사들에게 미국이 서명한 국제 규약을 어기고 유엔에서 스파이 행위를 하도록 지시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브래들리 매닝

매닝(23)은 지난 5월부터 7개월째 버지니아 콴티코 해병기지 교도소에 다른 6명의 죄수와 함께 수감돼 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4월 미군 아파치 헬기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민간인에게 총을 쏘는 영상을 공개했다. 매닝이 이 영상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계속됐다. 7월에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전 기밀문건 9만여건, 10월에는 이라크전 기밀문건 39만여건을 잇달아 공개했다. 이때도 자료 유출 용의자로 매닝이 지목됐다. 이번 외교 전문 25만건이 유출된 경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매닝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매닝의 혐의가 모두 밝혀지면 군사법정에서 최고 52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매닝은 2007년 입대,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에 위치한 제10 산악사단 제2여단 소속 정보분석병으로 근무했다. 매닝은 8개월간 매주 7일 하루 14시간씩 이번에 문제가 된 국방부의 내부전산망 등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보안이 허술한 국방부 전산망에 들어가 각종 기밀문서를 닥치는 대로 들여다보고 다운로드받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김기홍 선임기자 kimk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