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지난 8월 북한 도발 징후 청와대 보고’ 논란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곤경에 빠진 형국이다. 사진은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 이범석 기자 |
앞서 원 원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 “지난 8월 감청에서 서해 5도에 대한 대규모 공격계획을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일부 의원의 질문에 “그런 분석을 했다”고 답했다고 정보위 간사인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전했다.
동일한 정보를 군은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 따른 북의 대응사격 첩보로 여긴 데 반해 국정원은 공격 정보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당국이 북의 도발 관련 첩보를 입수했던 8월에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지난 8월6일과 8일 연평도의 해병부대는 두 차례에 걸쳐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다음날인 9일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방향으로 130여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 이 중 10여발은 NLL 이남에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우리 군은 백령도에 배치한 해안포 감시용 AN/TPQ-37 대포병탐지레이더가 고장나는 바람에 포탄이 NLL을 넘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당연히 대응사격도 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정원이 단순 첩보에 그쳤던 북 도발 징후를 정보로 격상한 시기가 이 같은 의혹을 푸는 열쇠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이 북 도발 첩보를 정보로 단계를 높인 시기가 8월9일 이후라면 북의 연평도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격 징후로 판단했다는 것이며, 이전이면 군의 발표대로 9일 있었던 북 해안포 도발로 규정지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5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에 대해 국정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지난 8월 북의 공격 징후 내용이 입수된 이후 북한의 사격훈련(8월27∼28일 황남 장연, 9월6일 황남 배천)이 있었고, 우리도 9월에 사격훈련이 있었다”며 “이런 중간 상황을 생략한 채 8월 하순부터 3개월이라는 기간이 경과된 지난달 23일 발생한 연평도 무력공격을 직접 연관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해명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