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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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치킨' 후폭풍에도 '이마트 피자'는 잠잠... 왜 다를까

가격·소비자선택권 등 달라 소비자 반응도 차이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 판매를 1주일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치킨업계에선 "이미 시장교란을 가져와 경제활동에 지장을 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일반 소비자들은 "통큰치킨을 살려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치킨업계가 통닭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벌써 출시된지 3개월정도가 지난 '이마트 피자'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다르다. 일부 소비자들은 피자업계를 상대로 "가격을 낮추라"는 요구를 하고는 있지만, 치킨업계에 불고있는 후폭풍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도대체 '통큰 치킨'과 '이마트 피자'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치킨와 피자, 가격이 다르다

치킨 가격부터 살펴보면 차이가 명확해진다. 현재 치킨 가격은 담합을 의심받을 정도로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치킨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치킨 1마리(660g~700g)의 가격은 1만3000원~1만5000원 수준이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치킨집은 이보다 더 가격이 싸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반면 피자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대형 피자전문점에서는 가장 큰 사이즈인 패밀리사이즈(지름 38cm)의 가격이 2만5000원~3만원대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반면 동네 피자집은 "1만원에 두판"이라는 홍보물을 돌릴 정도로 저렴한 가격의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 

피자의 재료와 양, 크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치킨 가격은 다 비싸지만, 피자는 가격이 다양하다"고 생각할 만 하다.

◆'통큰 치킨' 너무 통이 컸다?

'이마트 피자'와 '통큰 치킨'의 차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일반 치킨보다 더 큰 900g짜리 치킨 1마리를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했다. 

양이 늘었지만 가격은 3분의1로 떨어졌다. 양까지 고려하면 가격은 그 이상 떨어진 셈이다. 경쟁업체들이 받아들일만한 적당한 인하 폭을 넘어섰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이마트 피자'는 '코스트코 피자'라는 방패막이가 있었다. 코스트코는 지난 1994년부터 지름 44cm의 피자를 1만2500원에 팔고 있다. 이마트는 이를 벤치마킹해 지름 44.5cm, 1만1500원에 '이마트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 

분명 '이마트 피자'가 저렴한 가격이기는 하지만, 다른 피자업체들이 용인할 수 없는 정도의 가격은 아니었던 셈이다.

◆치킨업계, 과연 피해자인가

'통큰 치킨' 판매중단 소식은 치킨업계에 역효과를 가져왔다. 소비자들은 기존 치킨업체들이 담합 등의 방법을 통해 가격을 올려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실력행사를 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치킨을 먹을 선택권을 빼앗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이마트 피자' 판매로 피자업계가 받은 타격은 치킨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피자는 이미 가격의 다양화가 이뤄져있으며, 치킨과 달리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피자업계가 느끼는 위기감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