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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명약’ 아스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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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억알 소비… 암 발생 억제효과
부작용 주의… 장복 땐 의사와 상담을
최근 아스피린이 여러 가지 암을 예방한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피터 로스웰 교수팀의 연구보고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스피린은 해열 진통제로 잘 알려진 매우 값싼 의약품 중 하나로 하루에 세계에서 1억알 이상이 소모된다. 아스피린은 아세틸 살리실산이라는 화학명으로 불리는데 살리실산과 아세트산의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최정훈 한양대 교수·화학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약물인 아스피린을 합성할 때 쓰이는 살리실산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요법에 쓰이는 성분으로서 조팝나무과(Spirea)의 버드나무에 다량 함유된 물질이다. 살리실산은 동의보감과 같은 한의서에 버드나무 껍질 등을 달여 먹으면 진통효과가 있고, 또 치통을 치료하거나 풍열로 인하여 붓고 가려울 때 고약으로 만들어 붙이거나 씻어주면 좋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살리실산은 소화기 장애가 심하다. 이런 이유로 소화기장애를 완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 1853년 독일에서 최초로 합성해 1899년부터 바이엘사에서 생산·판매하는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은 약간 신맛이 나는 흰색 가루약으로서 다량 사용하면 위출혈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로스웰 교수 연구진이 ‘란셋’ 최신호에서 20년간 2만559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것에 따르면 매일 5년간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한 40∼50대의 건강한 사람들은 암에 의해 사망할 확률이 20%나 감소된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에 의하면 기존 고용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함으로써 나타났던 위출혈 등의 부작용에 비해 저용량의 복용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런데 적어도 5년 이상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해야 효능을 보이거나 초기 질병을 막아주므로 효과는 한참 후에 볼 수 있다. 즉 임상 시험에서 5년 이상을 복용한 환자는 모든 암에 대해 사망률이 낮아졌으며 식도암은 30% 정도, 위암은 54% 감소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해 암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에 의해 항암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이다.

또한 아스피린의 효능에 대해 암 예방 이외에 여러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심장병 및 뇌졸중 등의 심질환 발병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질병예방에도 아스피린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더욱이 미국 하버드 대학 윌리엄 크리스틴 교수팀이 2009년 12월 ‘안과학’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의하면 노화에 따른 황반 기능 저하로 시력이 떨어지거나 상실되는 노인성 황반 변성은 나이와 심혈관이 중요 인자로 작용하는데 저용량의 아스피린은 노인성 황반 변성에 유익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예방의학 특별위원회가 2002년 내과학 회보에 발표한 새 가이드 라인에서 45∼79세 남성이 아스피린을 복용 시 심근경색(흔히 심장마비)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으며 55∼79세 여성은 뇌졸중 위험을 줄여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고위험군인 80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아스피린의 장점이 단점보다 크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사용을 권장하지는 않고 있다. 아스피린이 여러 질병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연령과 성별에 따라 그 효과와 부작용이 함께 수반돼 장기 복용할 땐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근대사회에서 의약품은 18세기 후반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공업과 함께 과학도 크게 발전하면서 탄생했다. 최고의 명약이라 불리는 아스피린은 현대의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생명공학의 발달과 더불어 아스피린에 대한 인류의 끊이지 않는 과학적 호기심은 아스피린의 무한한 가능성을 대변하고 있다.

최정훈 한양대 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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