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병만이 KBS연예대상 후보 등극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대상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병만의 후보 진입은 단연 눈에 띈다. 예능에서 입지를 굳힌 화려한 MC군단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는 ‘김병만’이라는 이름은 신선한 충격이다.
정통 코미디를 구사하는 쟁쟁한 버라이어티 MC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개그프로그램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김병만이 대상을 수상했으면 하는 시청자들과 예능 관계자들의 바람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MBC ‘하땅사’에 이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마저 폐지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KBS 2TV '개그콘서트’의 명맥을 잇게 한 주역이 김병만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김병만에게 대상을!’이라는 청원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공개 코미디에서 인지도를 높인 개그맨들은 거의 예능 버라이어티로 그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은 상황에서 정통코미디 장르로 대상후보로 거론된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예능프로그램의 대세가 된 요즘, 정통 코미디로 승부하는 코미디언이 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정통 코미디의 재평가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근래 연예대상은 강호동, 유재석 등 버라이어티 MC들이 번갈아 독식하여 왔다. 정통 코미디언의 대상 수상은 코미디의 다양성,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공개 코미디는 아무리 인기코너라 하더라도 3~5분 남짓한 분량에서 시청자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비해 버라이어티 MC는 진행을 통해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는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활약도를 인정받는 것 또한 유리하다. 김병만이 대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러한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뤄낸 결과라 더욱 값지다.
김병만은 KBS 2TV ‘개그 콘서트’의 ‘달인’ 코너를 최장수 코너로 이끌었다. 그것도 슬랩스틱 코너를 3년 가까이 이끌며 개콘의 간판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중이 김병만에게 열광하는 것은 꾸준함과 성실함이다. ‘달인’이 최장수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달인’ 김병만이 몸을 아끼지 않고 웃음을 만들어냈다는 데서 비롯했다. 외줄타기, 무엇이든 격파한다거나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하는 등 기상천외한 묘기를 부리는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신체의 고통이 수반한다. 김병만이 보여주는 고행에 가까운 개그는 관중에게 아슬아슬함 속에서도 의외의 재미를 준다. 그가 만들어낸 순간의 웃음에는 고난이도 묘기 선보이기 위해 그가 흘렸을 남모를 땀이 숨어있다. 기술을 익히는 시간만 1달여가 소요되는 묘기도 있다고 하니, 대중은 그가 쏟은 노력을 수상을 통해 보상받기 바라는 마음이다.
김병만의 대상 수상을 바라는 대중의 정서는 오랜 무명생활과 만년 2인자를 향한 연민의 정서도 개입되어 있다. 김병만이 이수근과 함께 옥탑방에서 무명생활을 겪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대중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까지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겪은 그의 성공기는 대중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 충분하다. 버라이어티 일변도의 예능 환경에서 공개코미디를 향한 외곬 사랑은 김병만에게 1등이 아닌 ‘2인자’의 타이틀을 얹게 했다. 김병만이 대상을 받길 바라는 대중의 염원은 코미디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무명의 설움을 이겨낸 이에게 보내는 박수와 같은 것이다.
김병만은 지난 22일 광주 조선대 체육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송년특집에서 “연예대상 후보만으로도 영광스럽다”며 “솔직히 상상하면 엄청 떠리고 긴장되지만 만약 혹시 좋은 소식이 온다면 제가 아닌 40~50명의 ‘개콘’ 동료들이 받을 걸 대신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대상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김병만은 정통개그, 그리고 몸 개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상을 받든, 받지 못하든 김병만의 끈기와 성실함이 기반이 된 개그철학은 ‘대상감’이 아닐까. 언제까지 ‘달인’ 코너를 하겠냐는 질문에 대한 ‘달인’의 답은 이러하다.
“언제까지라고 말하진 못하겠어요. 그래도 시청자들이 원하실 때까진 계속 할 겁니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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