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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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쥐 식빵’ 국과수에 정밀감식 의뢰

경쟁 빵집, 자작극 의혹 부인
유명제과업체의 ‘쥐식빵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26일 문제의 식빵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이 식빵은 한 파리바게뜨 점포 인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며 이번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35)씨가 전날(25일) 경찰에 자진 출석하면서 갖고 온 것이다.

경찰은 두 제과점에서 만든 빵의 모양새와 성분, 배합률 등을 분석해 이 식빵이 어디서, 어떻게 구워졌는지 밝히고 빵에 박힌 이물질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분이 빠져나가 (이물질이) 쭈글쭈글해진 상태인 데다 빵 역시 부패가 진행되면 증거가 사라질 우려가 있어 이른 시일 내에 감식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사를 받고 이날 새벽 귀가한 김씨는 “아들(10)을 파리바게뜨에 보내 사온 밤식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경쟁 제과점의 식빵을 산 이유에 대해 “아들이 ‘우리 집에는 먹을 만한 빵이 없다’고 투덜거려 1만원을 주면서 먹고 싶은 것을 사먹으라고 했더니 (아들이) 문제의 식빵을 사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쥐식빵 논란이 제기된 경기 평택시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과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부인과 함께 다른 유명 제빵 브랜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케이크 수요 등이 많은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경쟁에 타격을 입히려는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도 부인했다. 김씨는 “경쟁업체가 대기업인 데다 정황이 없어서 (관계 기관에) 제대로 신고를 못했고, 같은 업종을 하고 있어 오해를 받을까봐 일이 끝난 새벽에 근처 PC방에 가서 사진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타인 이름과 주민번호를 사용한 데 대해 그는 “켜져 있던 PC방 컴퓨터에다 그냥 글을 썼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제빵 기술을 갖고 있고 진술이 상당 부분 앞뒤가 안 맞는 점으로 미뤄 자작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국과수 결과가 나오는 대로 김씨와 파리바게뜨 관계자를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조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