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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넘쳐나는 슬로건 오히려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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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이란 말은 스코틀랜드의 병사들이 집합신호로 외치는 함성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위험상황에서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구호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그것과 맥을 같이한다. 현대의 슬로건은 보편적으로 광고에 위치한 반복적인 문안을 말한다. 이는 오랜 수명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캠페인이나 마케팅에서 지속성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요약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보는 사람이 쉽게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과거에 비해 크고 복잡한 정보를 접하며 살아가는 시대에서 슬로건은 참 매력적인 주장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히 ‘슬로건의 홍수’라 부를 수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보다 건전한 슬로건의 사용을 위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김병현 미국공인회계사·경영컨설턴트
첫째, 슬로건의 잦은 교체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물론 시간이 흘러 내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슬로건은 변화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변화와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본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일관성이라는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저 별 특별한 이유 없이 또는 슬로건과 무관한 사유로 교체되는 사례도 많아 보인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생산적이지 못하다. 또한 슬로건의 잦은 교체는 보는 사람의 인식에 혼란을 야기하고 대상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이미지까지 흐리게 한다.

둘째,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의 슬로건도 지양돼야 한다. 충분한 연구와 고민이 없는 슬로건은 대상의 문화와 역사성, 환경, 철학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그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슬로건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대상과 따로 노는 슬로건은 결코 보는 사람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없다. 호소력을 내포하지 못한 것은 그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따라서 슬로건의 제작은 신중해야 한다. 이벤트성의 공모나 몇 사람이 즉석에서 지어낸 슬로건은 대상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셋째, 슬로건에 현재의 특색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측 가능한 미래의 가치를 내재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장되거나 허황된 슬로건은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대로 발전하거나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느낌을 주는 슬로건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친 의욕으로 자칫 보는 이의 입장에서 제작돼야 할 슬로건이 주장하는 이의 입장만 담게 되는 것이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슬로건으로 넘쳐 나는 세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슬로건이 등장하고 신문, TV,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슬로건과 마주친다. 비생산적인 슬로건의 범람은 사회적 낭비이자 공해다. 하지만 슬로건의 긍정적인 면을 잘 이용한다면 보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단어 몇 개로 보는 사람의 잠재의식을 단숨에 사로잡는 촌철살인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슬로건, 보다 생산적인 시각에서 보는 이의 입장을 고려하여 제작한다면 그 가치는 더욱 밝게 빛나리라 믿는다.

김병현 미국공인회계사·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