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아랍권에서 확산하는 반정부 시위를 보면서 버락 오마바 대통령 미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집트 등 친미국가 정권의 붕괴를 그대로 지켜보기도, 시민의 민주화 갈망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아랍권 반정부 시위 도미노를 보면서 이중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27일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26일 성명 속에 미국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 그는 “우리는 이집트 국민의 언론 및 집회 시위의 자유 등 보편적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이집트 정부는 개혁을 할 전기를 맞았다”라고 밝혔다. 30년 장기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하야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촉구한 것이다.
이처럼 어정쩡한 미국의 태도는 아랍 친미 정권이 중동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반미 성향의 이란을 견제하고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성향의 독재, 권위주의 정부를 묵인해왔다. 특히 이집트는 아랍 속 미국의 최대 우방이다. 무바라크 정권은 이란 핵 사태와 이라크 내 친미정권 수립, 중동평화 협상 등에서 미국을 전폭 지지해왔다. 아랍에서는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평화협정까지 맺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들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미국 입장은 난처해졌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목소리를 ‘민주주의 수호자’인 미국이 모른 체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반미 아랍정권의 민주화를 촉구해온 미국의 입장에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화 시위를 무작정 지지하며 친미 정권 붕괴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워싱턴의 이슬람·민주주의 연구소 라드완 마스무디 회장은 “미국 정책에 변화는 있다. 하지만 계속성도 유지된다”면서 “미 정부는 이들 정권이 진정한 개혁을 해주길 촉구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시위대 속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대거 포함된 사실이 걱정거리다. 아랍 독재정권 붕괴 도미노는 자칫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연쇄 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팔레스타인에선 무장단체 하마스가 반정부 시위를 통해 집권하고 나아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선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오도가도 못하는 난국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리 웨인 화이트는 “미국은 이집트에서 개혁을 시작하는 것은 괴물(이슬람 극단주의)에게 먹이를 주는 것임을 잘 안다”고 밝혔다. 미 외교전문가인 레슬리 겔브는 “미 정부의 움직임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석호 기자
美 CSM “반정부 시위 도미노 보며 이중적 입장”
이슬람 극단세력 발호 우려… “혁명보다 개혁 원해”
이슬람 극단세력 발호 우려… “혁명보다 개혁 원해”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