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3등 항해사인 최진경(25)씨는 피랍 당시 상황을 이같이 떠올린 뒤 괴로운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선원들은 해적이 배에 탔다는 말에 처음에는 몹시 당황했으나 이내 마음을 진정시킨 뒤 비상통신기로 선사 등지에 긴급 구조요청을 하는 등 침착하게 대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와 1등 항해사 이기용(46), 갑판장 김두찬(61), 기관장 정만기(58), 조리장 정상현(57)씨가 남해해양경찰청 수사본부에서 밝힌 진술내용을 바탕으로 피랍·구출상황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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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선원들 청해부대 최영함의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한국인 선원들이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가족과 친지 등이 준 꽃다발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선원 21명이 5분도 안 돼 피난실로 모여 출입문을 잠갔다. 비상통신기로 선사 등지에 긴급 구조요청을 했다. 대피소로 이동하고 1시간 정도 흐른 뒤 해적들이 배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대피 후 3시간이 지났을 무렵 해적들이 대피소 천장에 있는 맨홀뚜껑(사람이 출입하는 구멍)을 대형 해머로 부수고 침입했다. 이후 선교에서 해적 13명이 선원 21명을 감시하면서 함께 생활했다. 해적들은 다른 해적이나 해적본부와 수시로 연락하며 지시를 받는 듯했다. 한국인 선원 8명이 타고 있다는 얘길 듣더니 “머니, 머니”라고 외치며 박수를 쳐댔다.
흉기와 총을 이용한 위협 속에서도 석해균 선장은 갑판장 김씨에게 ‘소말리아로 가면 안 된다. 시간을 끌어야 한다. 물과 기름을 섞어라. 지그재그로 배를 운항해 시간을 끌어라. 소규모 불을 질러 기관을 고장 내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냈다. 이 쪽지는 기관실 근무자들에게 전달됐다.
지난달 18일 청해부대의 1차 구출작전 때는 물론 그 이전에도 해적들은 우리 선원들을 총알받이로 썼다. 해군 헬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1차 구출작전 뒤 해적들은 석 선장과 갑판장 김씨를 소총 개머리판 등으로 자주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해적 팔꿈치에 맞아 앞니가 모두 부러졌다. 해적들은 석 선장 등을 보고 “유 다이(You die)”라고 외치며 목을 긋는 시늉도 했다.
지난달 21일 오전 4시58분(현지시각) 날카로운 총성이 들렸다. ‘아덴만 여명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에도 해적들은 선원들을 총알받이로 쓰기 위해 선교 바깥쪽으로 내보냈다. 우리 군과 교전으로 해적들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손재호 1등 기관사가 기관실로 뛰어 내려가 엔진을 정지시켰다.
무함마드 아라이가 “캡틴!”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이곳저곳을 뒤졌다. 석 선장과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갑판장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확인한 뒤 석 선장이 아닌 것을 알고 내팽개쳤다. 아라이는 옆에 있던 석 선장에게 총을 쏜 뒤 선박 아래쪽으로 달아났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해군들이 들어와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안심하십시오”라고 하자 ‘이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삼호주얼리호 선원 피랍·구출 시간대별 상황
◇1월 15일
▲07:45=1등 항해사 이기용씨 승선 중인 해적 발견. 비상벨 눌러 전파
▲07:48=3등 항해사 최진경씨 해적 침입 선내 방송, 조난신호 보내
▲07:50=선원 21명 대피소 대피
▲11:00=해적들 대피소 맨홀 커버 부수고 침입. 선원들 선교(항해 중 선장이 지휘하는 곳)로 끌려가 억류
◇1월 16∼17일
▲선원 21명 배 선교에 억류
◇1월 18일
▲14:50=해적들, 삼호주얼리호 이용해 추가 선박 납치 시도
▲15:09=청해부대 최영함 1차 구출작전. UDT 대원 3명 부상
◇1월 19∼20일
▲해적 폭행·총기위협, 감시 심해짐
◇1월 21일
▲04:58=청해부대 최영함 고속단정 1척 하선. ‘아덴만 여명’ 작전 개시
▲05:40=링스헬기 삼호주얼리호 레이더·통신안테나 무력화 사격(해적 1명 사살)
▲06:30=공격팀 선교 완전 장악
▲06:32=격실 수색 중 해적과 총격전. 4명 사살
▲06:35=선장실 주변 해적 두목 사살
▲06:45=선교서 선원 13명 구조. 환자(석해균 선장) 이송
▲08:16=한국인 8명 포함 선원 18명 구조
▲09:45=나머지 해적 모두 생포
◇1월 15일
▲07:45=1등 항해사 이기용씨 승선 중인 해적 발견. 비상벨 눌러 전파
▲07:48=3등 항해사 최진경씨 해적 침입 선내 방송, 조난신호 보내
▲07:50=선원 21명 대피소 대피
▲11:00=해적들 대피소 맨홀 커버 부수고 침입. 선원들 선교(항해 중 선장이 지휘하는 곳)로 끌려가 억류
◇1월 16∼17일
▲선원 21명 배 선교에 억류
◇1월 18일
▲14:50=해적들, 삼호주얼리호 이용해 추가 선박 납치 시도
▲15:09=청해부대 최영함 1차 구출작전. UDT 대원 3명 부상
◇1월 19∼20일
▲해적 폭행·총기위협, 감시 심해짐
◇1월 21일
▲04:58=청해부대 최영함 고속단정 1척 하선. ‘아덴만 여명’ 작전 개시
▲05:40=링스헬기 삼호주얼리호 레이더·통신안테나 무력화 사격(해적 1명 사살)
▲06:30=공격팀 선교 완전 장악
▲06:32=격실 수색 중 해적과 총격전. 4명 사살
▲06:35=선장실 주변 해적 두목 사살
▲06:45=선교서 선원 13명 구조. 환자(석해균 선장) 이송
▲08:16=한국인 8명 포함 선원 18명 구조
▲09:45=나머지 해적 모두 생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