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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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美, 대안 없는 ‘술레이만 카드’

입력 : 2011-02-12 00:35:59
수정 : 2011-02-12 00: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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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대통령 안위 보장·친미정책 계승 적임자 꼽아
군부·서방서도 신뢰… 시위대선 “모두 퇴진” 강경
이집트 권력이양 작업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오마르 술레이만(75·사진) 부통령이 혼란한 이라크 정국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미국은 민심의 반발에도 왜 술레이만 카드에 집착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바라크 퇴임 이후 술레이만만큼 전임자의 안위와 (친미)정책을 계승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10일(현지시간) 미 언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분석했다.

오는 9월 대통령선거 때까지 부통령에게 점진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반정부 시위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나타냈다. 술레이만 부통령이 사실상의 대통령이 될 것이며 무바라크는 형식적인 국가수반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정부 설명에도 민심은 무바라크 ‘정권’의 완전 퇴진을 주장했다. 2005년 대선 후보였던 무함마드 하와스는 “무바라크가 정권이양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며 “시위대는 무바라크 정권이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지하는 술레이만 주도의 개혁과정은 우리가 계속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저절로 민주주의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패트릭 랭 전 미국방정보국(DIA) 중동지부장 역시 “무바라크의 이번 연설은 민심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위대는 술레이만 퇴진이야말로 무바라크가 권력을 내놓는 실질적 첫걸음이며 무바라크 정권의 완전퇴진만이 이번 시위의 종착점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바라크가 술레이만 카드를 버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충성스럽고, 코드가 맞으며, 미국·이스라엘 등 서방국가와 이집트 군부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참전했던 술레이만은 1980년대부터 정보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집트 정보국장 시절인 1995년 에티오피아 방문 때 무장괴한들의 테러로부터 무바라크의 목숨을 구하기도 한 최측근이다. 랭 전 지부장은 “지난 30년간 파라오처럼 군림한 무바라크에게 술레이만처럼 정치적 야심이 없고 국가관이 투철하며 정치·경제체제 변화를 죄악시하는 심복도 없다”고 평가했다.

술레이만은 특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이란, 무슬림형제단 등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적의를 견지하고 있어 비슷한 입장의 이집트 군부와 이스라엘, 미국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CSM은 덧붙였다.

송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