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9월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민들의 평화로운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분노로 바뀌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 18일째인 11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은 ‘100만명 항의시위’에 나선 시민들로 가득 찼다. 밤새 자리를 지키던 시민들과 일찌감치 모여든 사람들로 광장은 아침부터 시위 열기로 들끓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슬림 금요기도회에 참가했던 시민들과 합세해 타흐리르 광장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가졌다.
전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라 시위대의 반 무바라크 정서는 극도로 달아올랐다.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옷가지가 전시되고 곳곳에서 이집트 기가 휘날렸다.
시위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군부의 성명이 대형 스피커로 흘러나오자 “이르할(떠나라), 이르할, 이르할” 이라는 구호를 연호하며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방송국과 대통령궁 앞으로 진출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군과 대치했다. 시위대는 병사들을 향해 “당신들은 시민과 대통령 중 어느쪽에 충성을 맹세했는가”, “무엇을 기다리는가”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전날 타흐리르 광장엔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십만명이 운집했다.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이 방송에서 9월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시민들은 신발을 내던지고 욕설을 내뱉으며 실망감과 불만을 드러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좌유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민주화 시위는 전국 노동자들의 파업과 농민·빈민들의 봉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 버스 운전기사들은 차량을 차고지에 세워 놓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가는 등 각 분야 근로자 수만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집트 남부의 아시우트 지역에서는 9일 농민 8000여명이 도로에 야자나무 바리케이드를 치고 빵 부족의 해결을 요구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위대의 하야 요구를 거절하고 시위대가 이에 강력 반발함에 따라 평화시위를 보장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강경 진압에 나설 수도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집트 반정부 시위에 따른 사망자가 국제인권단체의 집계보다 훨씬 많은 900명에 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CNN인터넷판에 따르면 ‘이집트인권행동’의 호삼 바그하트는 시위 사망자가 최소 300명가량이라는 국제인권단체의 발표와 관련,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3배가량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형준 기자,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