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최고대신 유일함을 향하여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삼성이 모토로라를 제치고 마지막 고지인 노키아를 향해 달려가던 시점에, 예상을 뒤엎은 지각변동이 일어났으니 다름 아닌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것이다. 애플은 핸드폰이란 것을 만들어 본 적도 없는 회사가 아닌가! 이는 마치 월드컵에 야구 선수가 들어와 헤드트릭을 기록한 꼴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창의력의 실체는 결국 ‘남과 다른 아이디어’를 내란 것이다. 영어로는 ‘Think Different’가 되는데 이를 검색해 보면 1997년 애플 컴퓨터에서 만들어낸 광고 슬로건을 만나게 된다. 제품마다 애플의 사과 로고 밑에 ‘Think Different’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자신들의 슬로건대로 남과는 다른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 속에서 삼성이나 노키아를 능가하려 했다면 영원히 불가능했을 일이다.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 1967년에 세워진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있다. 1975년에 누적 관람객 200만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여우를 매개로 한 에코노쿡스 감염증이 발생하여 일시 폐쇄 되는 등의 악재를 겪으며 1996년에는 역대 최저인 26만 명의 관람객만을 맞게 된다.

테마파크 등의 영향으로 동물원은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시 예산마저도 중단된 어려운 상황에서 고스케 마사오 동물원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극적인 회생을 하게 된다. 토끼와 염소, 오리 등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공간 배치를 하였고, 원숭이의 튀어나온 이빨을 잘 볼 수 있도록 관찰용 창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꿀을 발라 놓기도 했다. 이 중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아이디어는 펭귄관 아래쪽에 통로를 개설하여 펭귄의 헤엄치는 모습을 마치 펭귄이 날아가는 것처럼 느끼도록 한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아이디어들이 성공을 거두며 2006년에만 3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2009년에는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 – 펭귄, 하늘을 날다>라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신화를 만든다. 역시 기존의 동물원 모델을 따라 잡으려만 해서는 얻을 수 없는 성과다.

지용현이라는 사진작가가 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IT업계에 몸담고 있다가 2005년에 사진계에 입문한 늦깎이다. 그런 짧은 이력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본선에서 국내 최초로 3위에 입상을 하게 된다.
“남이 봤던 것과 다른 각도, 다른 피사체를 찍는 게 제 사진의 기준이에요. 좋던 나쁘던 중요하지 않아요. 좋은 사진의 기준은 개인적으로 없다고 봅니다. 그냥 남과 다른 사진을 찍으려고 하죠.” 그의 사진에 대한 지론이다.

결국 ‘좋다’라는 것은 품질이 좋다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것’의 의미가 되어가고 있다. 남들과 다른 것의 의미를 남들보다 그저 잘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차별화의 끝을 프리미엄 전략으로 생각하는 것은 빛바랜 발상이다.

국내 유명 모피 회사의 영업사원 두 명이, 포상 휴가로 하와이를 다녀오게 되었다. 다녀와서 한 명은 그저 감사의 인사를 했을 뿐인데 다른 한 명은 하와이에 모피 매장을 내자는 제안을 했다. 하와이 같이 더운 지역에 모피 매장을 내자고? 하와이는 더운 곳이지만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추운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휴가를 즐길 정도면 여유도 있는 사람들이란 것에 착안한 것이다. 결국 그 회사는 모피 매장을 열었고 히트를 하게 된다.

기존의 성공 패러다임은 최고를 따라 잡는 것이었다. ‘벤치마킹’이란 말은 지금도 기업에서 자주 쓰는 말 중의 하나다. 남을 따라 잡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설사 따라 잡고 조금 앞선다고 해도 그 차이가 미묘하다. 계속해서 유혈의 바다에서 피 튀기는 싸움을 해야만 한다. ‘최고’가 되려는 발상을 ‘다르게’로 바꾸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남과 다르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결국 다양한 이종의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는 서예공부, 인도 수행자의 마을인 아슈람의 방문, 백화점의 주방용품 코너 등을 경험하고 관찰하면서 다듬어졌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고스케 마사오 원장은 삼수 끝에 입학한 홋카이도 대학에서의 유도부 생활이 아이디어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유도부에서 느꼈던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기회란 우리 주위에 널려 있으며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노력이다’라는 철학이다.

사진작가 지용현은 남과 다른 것을 포착하기 위하여 카메라 3~4대를 갖고 다니면서 절대 가방에 넣지 않는다고 한다. 필드는 순간포착이 중요한데 가방에 넣은 순간 안 찍는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란다. 밥 먹을 때도 목에 걸고 양쪽에 두고 먹는다고 한다. 걸으면서도 뒤를 자주 돌아보기도 하고….

조직에서는 한 사람만의 경험에 의존할 수 없다. 결국은 서로가 소통하고 통합하면서 이러한 다양하고 이질적인 경험들을 모으고 녹이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신간 <임계점을 넘어라> 바로가기
http://www.bandinlunis.com/front/product/detailProduct.do?prodId=3097534


김학재 mindset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