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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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값싼 노동력'이란 편견에 상처"

아시아 지역 유학생 차별 여전
“다들 시급을 4000원씩 받는 줄 알았어요. 저만 500원씩 덜 받고 있었더라고요.”

한 지방 국립대로 유학온 중국인 쉬판(여)씨는 최근 일하던 식당에서 동료의 시급을 확인한 뒤 깜짝 놀랐다.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아르바이트생에 비해 낮은 시급을 받아온 것을 안 그는 “한류 드라마를 보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한국을 찾았는데 이제는 점점 실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각인된 이들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2005년 조사했을 때 중국인 유학생의 77%,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유학생의 58%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런 문제는 6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난해 4월 집계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외국인 유학생 8만3842명 가운데 7만1838명이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말레이시아 출신 스마이야씨는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히잡(여성 이슬람교도들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는 쓰개)에 얽힌 에피소드부터 털어놨다. 한여름 히잡을 쓴 그를 보고 주위 사람들은 “더운데 그런 걸 왜 쓰고 있느냐”고 타박했다. 그는 “한 번은 강의 시간에 담당 교수가 ‘교실에서는 히잡을 벗으라’고 지적해 ‘종교를 지키고 싶어서 그러니 그렇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따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학생이면 무조건 ‘값싼 노동력’이란 편견도 이들에게는 큰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몽골인 바야르(22)씨는 형편이 괜찮은 편이라 자비로 유학길에 올랐지만 몽골인이란 이유로 매번 “힘들게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말을 듣는다. 바야르씨는 “처음에는 정이 많은 한국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의미를 알고 나선 기분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