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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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전용 식당… 채식 뷔페… 캠퍼스 적응 '일대일 도우미'도

국내 대학 ‘유학생 배려 프로그램’
“일본 유학생을 위해 공항까지 마중 나가서 기숙사로 안내해주고, 수강 시간표를 짜는 일 등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히 도와줬죠. 인사동에 놀러가서 사진도 찍으며 재밌게 놀기도 했어요. 덕분에 일어도 배우고 둘도 없는 친구를 얻었어요.”

22일 백모(25·여)씨는 지난 가을학기 동국대에서 외국인학생 도우미로 일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밝게 웃었다. 이 학교는 2008년부터 학내 외국인 유학생의 원활한 캠퍼스 적응과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매학기 재학생 중에서 선발되는 도우미는 유학생과 일대일로 만나 교류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유학생 입장에서는 이국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든든한 조언자가 생기고, 재학생 입장에선 외국 문화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라서 호응도 높다.

국내 각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증가 추세에 발맞춰 이들의 한국 적응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의 통역지원 서비스 수준을 넘어 최근엔 그들의 음식문화를 배려하기 위한 프로그램까지 개발되는 등 유학생의 특성과 눈높이에 발빠르게 맞춰가는 추세다.

한양대는 2006년 경기 안산 캠퍼스에 무슬림 학생을 위한 전용식당을 만들었다. 70여명의 파키스탄 유학생을 유치하면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유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다. 집을 떠나온 유학생들은 먼 나라에서도 종교적 신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식사를 즐기며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 한양대 관계자는 “최근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며 “유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10월 국내 대학 처음으로 채식 뷔페를 열었다.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하지 않는 외국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학교 차원의 배려다. 일반 학생식당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유학생뿐 아니라 재학생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아 예상 외의 매출 호조까지 보이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