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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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엄마의 ‘안타까운 모성’

영양실조로 사망 영아 20일째 품에 안고 노숙
“불쌍해 묻을 수 없었다”
“제대로 먹이지 못해 죽은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떻게 묻나요.”

중증 정신장애를 가진 30대 여성이 갓 태어난 뒤 영양결핍으로 숨진 자식을 20여일 동안 품에 안고 부산 지하상가에서 노숙한 사실이 밝혀져 상가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7일 오후 8시40분쯤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인근 지하상가 내 분수대 옆에서 A(32·여)씨가 담요를 껴안고 배회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확인한 결과 숨진 영아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상가경비원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강하게 저항하는 A씨에게서 겨우 담요를 빼앗아 안을 들여다보고 숨진 지 20일이 지나 보이는 심하게 부패한 영아의 상태를 보고 경악했다.

경찰조사 결과 경기도 안양 출신인 A씨는 6년 전 친구의 소개로 건설노동자인 O(32)씨를 알게 돼 동거해 오던 중 지난해 5월 동거남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A씨는 동거남과 함께 여관과 고시텔을 전전하다 지난 1월 중순 부산 부전동 S여관에서 임신 7개월 만에 미숙아를 낳았다.

병원에 갈 형편이 안 돼 남편이 빈 커피캔을 반으로 잘라 예리하게 만든 날을 이용해 탯줄을 잘랐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한 달 만인 지난달 17일쯤 숨을 거뒀다.

이 부부는 지난 수년간 남편 O씨가 건설현장 일용근로자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일자리를 잃으면서 고시텔에서 쫓겨나와 부산역과 서면 지하상가 등을 떠돌며 노숙생활을 해 왔다.

남편은 아이를 묻어주자고 했으나 A씨가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죽은 아기가 너무 불쌍하다”며 아이를 품에서 떼어놓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가 영양결핍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사망시기 등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8일 오후 부검을 하기로 했다.

부산=전상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