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삼십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다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 메이게 불러봅니다…. 통일염원과 망향의 아픔을 담은 노래 ‘잃어버린 30년’의 가사. 1995년 10월 광복절 50주년을 맞아 임진각에 세워진 ‘망향의 노래비’에 새겨져 있다. ‘조국 분단 50여년, 보고 싶은 얼굴이 있어 눈을 감지 못하고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어 가슴 저미는 우리들’이라고 노래비를 세운 뜻을 적고 있다.
1번 국도인 통일로를 달려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에 위치한 임진각(臨津閣).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7㎞. 원래의 임진각은 1972년 북한 실향민들을 위해 만든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만들어진 건물을 일컫는다. 지금은 ‘평화의 종’, ‘평화의 돌’, ‘자유의 다리’, 통일공원, 실향민들이 추석과 설날 등 명절에 이산의 한을 달래며 제를 올리는 망배단 등 제법 많은 주변시설까지 들어선 임진각 국민관광지로 커졌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통일안보관광지이기도 한 임진각이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됐다. 탈북자 단체들이 임진각에서 북한을 향해 전단을 날려보내는 모습이 연일 외신을 타고 있다. 커다란 풍선에 홍보물과 라디오, 달러, 옷가지, 의약품 등을 잔뜩 넣어 띄워 보내는 모습은 신기하다. 풍선을 날리는 방법도 꽤 과학적인 모양이다. 북한 지역 깊숙이 원하는 곳까지 떨어뜨리려면 풍향과 거리를 고려해야 하고, 전자식 타임장치 같은 것도 사용한다고 한다.
대북 풍선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북한이 발끈해 ‘전단 살포의 발원지’ 임진각을 조준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으름장에 대북전단을 보내는 사람들이야 흥이 나겠지만 임진각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관광객이 준 마당에 조준사격 운운에 손님 발길이 아예 끊겼다고 아우성이다. 진보단체는 대북 삐라 살포를 당장 멈추라고 맞선다. 대북 전단 보내기의 ‘원조’라는 대북풍선단장은 “임진각이 상징성은 있지만 풍선 날리기에는 가장 나쁜 곳”이라며 다른 곳을 추천한다. 그러나 탈북자 단체들은 임진각을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또 다른 ‘남·남갈등의 현장’. 어떤 이는 임진각의 살풍경을 이렇게 적었다. ‘임진각의 바람은 서울보다 세다.’
김기홍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