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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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미확인이론물체 UTO

미국 뉴욕에서 허드슨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실험적인 미술작품들을 전시하는 ‘디아 비콘’이라는 이름의 미술관이 있다. 소장품 중 ‘동서남북’이라는 작품은 기존의 물체를 깎아서 만드는 ‘포지티브 스페이스’ 대신에 땅을 파 들어간 모양으로 작품을 만드는 ‘네거티브 스컬처’ 또는 ‘네거티브 스페이스’로 유명하다. 물체가 아닌 주변의 것을 보아야 형태를 알 수 있도록 한 게 이런 류의 작품이다.

우진영 국립중앙도서관장
우리에겐 지금 뭔가 꼭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 같은 허전한 느낌은 무엇일까. 이는 디지털, 모바일혁명으로 너무 빨리 변모하고 있는 현실세계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프랑크 하트만의 저서 ‘미디어철학’을 보면 ‘미확인이론물체(UTO)’라는 말이 나온다. 인류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와 기존의 학문 분야에서 포착할 수 없는 융합과 통섭이 맞물리는 전무후무한 현상을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빗대어, 하트만은 ‘미확인이론물체(Unidentified Theory Object)’라고 표현한 것 같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와 문화가 더 풍요로워질수록 불통, 단절, 소외의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확대된다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UTO인 것이다.

시대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점점 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요즘은 다양한 사람들, 여러 분야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감성을 일깨우는 것에 더 주목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를 중요시하고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이러한 창의적인 생각들은 매우 다양한 배경과 여러 전문 분야를 아우르는 생각, 그리고 폭넓은 경험의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더욱 중요해지는 UTO를 접하기 위해 서점과 도서관에 발길을 옮겨보는 것은 어떤가. 국립중앙도서관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디지털도서관이 적절한 지식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우진영 국립중앙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