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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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젊은 열기 내뿜는 ‘꿈의 공장’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홍대 앞 서교동 464번지에 자리한 독특한 형태의 회색빛 4층 건물을 들어서면 이상하게도 몸이 후끈 달아오르곤 한다. 출판인들이 서로 힘을 보태 만든 출판학교가 내뿜는 젊은 열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130명의 교수진이 1300명의 수강생들에게 출판 철학과 기술을 전해주니, 전 강의실에서 뿜어내는 신선한 기운은 그대로 현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서울북인스티튜트 원장
국내 430여 출판사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2005년 설립한 서울북인스티튜트(SBI)는 출판인들에겐 희망의 산실이다. SBI 설립 이전 출판인들은 체계적인 출판교육보다는 그저 선임자의 어깨 너머로, 눈치껏 책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이런 답답함과 폐쇄성을 깨뜨려야 한다는 출판인들의 공감대가 바로 서울북인스티튜트를 만든 것이다. 부지를 사서 강의실을 짓고 한편으론 교재를 만들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 편집자 및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곧 교수가 되어 후배들을 가르친다.

서울북인스티튜트에서는 현장 출판인의 재교육은 물론 새로 출판계에 몸 담으려는 젊은 지망생들을 6개월 동안 국가 장학금으로 교육시켜 대부분 출판계에 취업을 주선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서울북인스티튜트를 출판인의 ‘꿈의 공장’이라고도 한다.

출판교육이란 것은 그저 기술교육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익히면서 지식을 공유하려는 기꺼움을 체득하도록,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도록 하는 것이 SBI가 추구하는 출판교육이다. 출판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는 것 이전에 독자에게 지식의 양식을 공급하고 지성을 높이는 우리 사회의 중요 기능을 출판인이 수행한다는 올곧은 출판관 정립이 더 중요할 것이다. 신임 SBI 책임자로서 선택된 지금, 국내 유일의 출판교육기관인 서울북인스티튜트가 꿈의 공장으로 힘차게 가동되도록 힘 다해 정진하련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서울북인스티튜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