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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이 어떻기에"… '男부장판사 매뉴얼'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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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배석 판사들도 기분 나쁠듯”

‘둘만 있을 때엔 방문을 열어둔다’, ‘외부 식사시 칸막이나 방을 피하고 홀을 택한다.’

새로 법복을 입은 여성판사가 전체의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여성 배석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부장판사의 유의점’이란 매뉴얼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내용 상당수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거나 사실상 성추행 범죄로 인식될 만한 것들이 많아 “현황이 어떻길래 이런 것까지 매뉴얼을 만드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해당 매뉴얼은 전국 최대인 서울중앙지법이 민사합의 및 항소재판부 45곳 중 배석판사 두 명이 모두 여성인 7개 부장판사 등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매뉴얼은 배석 2명이 모두 여성인 재판부의 부장판사와 해당 배석판사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작성됐다.

부장판사와 여성 배석판사들이 평소 느꼈던 것들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뉴얼은 법원 일상 일반(대화시, 옷차림·행동 유의사항)업무적 측면(법정에서, 사건 합의시, 판결 작성시 유의사항)업무 외적 측면(식사, 출퇴근, 회식 관련 유의사항)기타로 구성됐다.

‘야할 수 있는 농담이나 의상, 몸매 등 신체 관련 얘기는 피한다’, ‘두 사람을 자신의 맞은편에 앉도록 한다’, ‘상대방 신체를 건드리거나 상하로 훑어보지 않는다’, ‘여성 배석판사 퇴근 전엔 방에 혼자 있을 때에도 벨트를 풀거나 느슨히 해 놓고 앉지 않는다’, ‘여름에 와이셔츠 단추를 너무 많이 열어두지 않는다’ 등이 법원 일상 일반에 기재된 내용이다.

모두 남성 부장판사가 평소 유의할 점이다.

업무와 관련해 부장판사가 유의할 점으론 ‘여성의 특성상 생리적 측면에서 2시간을 넘겨서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 ‘얼굴을 너무 가까이 하지 말고 적당한 거리(1m 정도)를 둔다’ 등이 언급됐다.

식사·회식·출퇴근시 유의점으로는 ‘부장판사가 일방적으로 메뉴를 선택하지 않는다’, ‘저녁식사는 따로 하는 걸 원칙으로하되 식사를 함께 하자는 취지로 배석판사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동반 출퇴근시 예정에 없이 중간에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자는 제안을 하지 않는다’, ‘회식 중 옆에 앉게 해 술을 따르게 하거나, 어깨 무릎 등에 손을 얹거나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다’,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거나 앞 또는 뒤에서 껴안지 않는다’ 등이 기재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황이 어떻기에 사회 지도층인 법원에서 이런 매뉴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여성 배석판사들도 기분 좋진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공식 매뉴얼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