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자신이 근무하던 업체 사장을 살해했다고 최근 털어놓은 위암 말기 환자가 끝내 숨졌다. 핵심 피의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2명은 범행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경찰의 피해자 시신 발굴 여부가 이들의 살인 혐의 입증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1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2000년 11월 강원 평창의 한 공장에서 경비반장으로 일하던 양모(59)씨는 사장인 강모(당시 52세)씨가 평소 자신을 함부로 대한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강씨에게 빚을 지고 있는 데다 강씨가 자신의 아내와 불륜관계라는 의심까지 한 그는 급기야 사장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동료 2명을 끌어들였다. 양씨는 사장에게 각각 3000만∼5000만원의 빚을 진 김모(45)씨 등 2명과 함께 술에 취해 회사로 들어오는 사장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했다. 이어 사장실에 보관돼 있던 2억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훔치고 시신은 인근 야산에 묻었다.
강씨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건은 ‘완전범죄’로 끝나는 듯했다. 10여년이 지난 올해 초 양씨가 강씨 가족에게 접근해 오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시체를 찾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찾아줄 테니 보험금을 나누자”는 양씨의 말에 강씨 가족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
평소 알고 지내던 강씨의 형에게서 이 사실을 전해 들은 광진서 엄모 경위는 양씨가 올해 2월 위암 수술을 받고 경기 용인의 한 요양원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엄 경위는 12일 요양원을 찾아가 양씨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1시간가량 범행을 부인하던 양씨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양씨는 “10년간 사장이 계속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이제 홀가분하다”면서 후회의 눈물과 함께 모든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양씨의 진술을 토대로 영월의 시멘트공장 인근에서 강씨의 유골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 시신을 발굴하지 못한 상황에서 양씨마저 전날 오전 9시20분쯤 숨졌다.
김유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