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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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칭찬의 역효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독자라면 마치 칭찬이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활용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잘했어” “최고야” “너 천재구나”라는 칭찬 일색의 말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지난해 말 EBS가 내보낸 교육대기획 10부작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란 프로그램 중 하나가 ‘칭찬의 역효과’였다.

김혜영 EBS 홍보부장
방영된 프로그램을 보면 초등생들에게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한 팀에는 “머리가 좋다, 대단하다”는 등의 칭찬을 했고, 또 다른 팀에는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정도의 말을 하거나 그냥 지켜만 보았다. 결과는 필요 이상의 칭찬을 받은 아이들이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칭찬을 받으면 자신감이 생겨 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쉬운 문제를 선택하기도 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칭찬스티커도 실험대에 올랐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나눠 준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스티커를 많이 받기 위해 낮은 수준의 책을 선택하거나 고른 책을 제대로 정독하지 않는 부작용을 보였다. 오히려 실험에서 눈에 띈 한 어린이는 여러 권의 책을 후다닥 읽기보다는 읽고 싶은 책을 열심히 고르고 찬찬히 정독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부모를 인터뷰하니 칭찬스티커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아이를 칭찬으로 자극하기보다는 지켜보며 기다렸다는 대답이 나왔다. 칭찬의 자극이 없던 그룹에서 오히려 책의 수준을 높여 선택하고 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은, 교육자로 하여금 진정한 칭찬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칭찬을 통해 아이를 조정하려 해선 안 되며 좋은 칭찬이란 관심과 믿음, 마음의 대화, 진심어린 사랑 등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뜻밖의 과도한 칭찬에 당황하거나 부담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내게 진심으로 대하는지 어른이든 아이든 느끼고 있다.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양육쇼크’란 책 또한 칭찬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들었다.

 김혜영 EBS 홍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