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들은 자신이 공격을 받으면 보호하는 화학물질을 발산한다. ‘타감(他感·allelopathy) 물질’이다. 소나무, 마늘, 잔디, 배추 등 모든 식물이 타감물질을 낸다. 마늘은 자연 상태에선 냄새가 없지만 흠집을 내면 톡 쏘는 향을 낸다. 소나무 뿌리는 갈로타닌을 분비해 다른 식물이 옆에서 못 자라도록 한다. 허브향이나 피톤치드 등도 일종의 타감물질이다. 이 물질은 인간에게는 살균, 항암, 마취, 진통, 소염 등의 효과를 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알칼로이드의 일종인 카페인은 대표적인 타감물질이다. 커피 열매나 찻잎을 해충이 먹으면 신경계가 마비돼 죽는다고 한다. 방어 무기인 셈이다. 사람도 많이 먹으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카페인은 훗날 화학식 C8H10N4O2로 밝혀졌지만 초기에는 ‘카페(kaffe, 커피의 독일말) 속(in)에 든 물질’로만 알려졌다. 섭취 시기는 석기시대부터라는 설이 있다. 나뭇잎이나 열매를 씹음으로써 신진대사가 촉진돼 피로회복, 이뇨 등에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원시시대의 그 짜릿한 경험은 현대인의 유전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페인은 다량 먹으면 중독이 된다. 불안, 불면, 두통, 호흡성 알칼리증 등을 유발한다고 의학계는 경고한다. 카페인의 속성이 원래 배타성을 지닌 타감물질 아니던가. 과유불급일 것이다. 세계의 연간 카페인 소비량 12만t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우리나라 젊은층이나 직장인은 하루 평균 커피 2∼3잔은 마신다고 한다. 콜라, 엽차, 홍차, 코코아도 많이 먹는 편이다.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고 있는 셈이다. 절제와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그제 경종을 울렸다. 식품에 함유된 카페인 양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담뱃갑에 ‘암’ 경고를 표시하고 과자 봉지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표기하는 것처럼 카페인의 함량도 명기하자는 것이다. 대략 150㎖ 컵 기준으로 원두커피는 110∼150㎎, 코카콜라는 45.6㎎의 카페인이 들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 정도 해로운지는 알 길이 없다. 식품마다 카페인 양을 표기하고 중독 경고문도 붙여야 할 것이다.
비오는 날 한 잔의 커피 향과 맛은 그만이다. 저기압이 동반하는 늘어진 기분이 카페인 덕에 가벼워지기도 한다. 그때의 카페인은 약일 것이다. 하지만 과용하면 독이 되고 만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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