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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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나를 보듬어준 책 한 권

인생이 가끔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열심히 했다고 내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는 순간, 마지막 판단 착오로 그동안 쌓아두었던 실적이나 공이 날아가는 경우 또는,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더러 있을 수 있다. 왜 이렇게 힘든가 한탄하며 눈물이 핑 돌 때 생각나는 한 구절.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윤소윤 리츠칼튼서울 홍보실장
대학 시절 죽이 잘 맞아 늘 붙어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겼으며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는 편이었다. 그는 여자니까 또는 취업해야 하니까 등의 이유로 아무나 실행에 옮길 수 없었던 대륙 횡단 여행을 하고 와서 무용담을 들려주곤 했다. 그때 나에게 너덜거리는 책 한 권을 불쑥 내밀었다. 몽골 사막을 지나던 여정이 난생 처음 겪는 데다 단조롭고 지루한 나머지 글자를 읽고 싶어 구했단다.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다.

건네준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서 당시 하루 한 개씩 낙방 통지서를 받아보던 취업 준비생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릴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무슨 지침서’ 같은 실용서적만 읽던 독서 편식 습관도 버렸고, 책 읽는 기쁨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다. 책 속의 생생한 묘사를 접하면서 여행의 즐거움과 설렘을 대리체험할 수 있었고, 다른 이들의 삶을 읽음으로써 값진 인생의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업무가 풀리지 않을 경우엔, 사무실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곤 한다. 한 권의 책이 나의 인생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야외에서 독서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평생을 함께할 책 한 권을 마음 먹고 열독한다면 이보다 더 부러운 게 없을 성싶다. 언제든 당신이 손 뻗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책들은 당신에게 평생 친구를 얻은 것처럼 든든할 것이다.

윤소윤 리츠칼튼서울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