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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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고전으로 돌아가자

미국 뉴욕대(NYU)대학원에서 재즈음악을 공부하던 시절 나보다 10살가량 어린 친구와 독일의 작곡가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의 고전음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곤 했다. 클래식을 자주 듣는 그 친구에게 ‘재즈음악 전공생이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게 신기하다’며 이유를 묻자, 그는 “재즈음악이 생겨나기 이전의 음악부터 재즈와 공존하던 모든 음악을 다양하게 들어봐야 재즈를 잘할 수 있을 테니까”라고 했다.

어린 시절 읽고 또 읽어 외우다시피 한 세계문학 전집은 지금도 나에겐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작은 아씨들’의 베스가 로렌스 아저씨에게 피아노 연주로 감동을 주는 장면을 몇 번이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나 자신이 마치 소설 속의 베스가 된 양 피아노 연습을 하기도 했다. 톨스토이의 단편을 읽으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하여 제법 진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키다리아저씨’를 읽을 때는 작가가 막연히 뉴욕 출신이란 것을 기억하며 미국 유학의 꿈도 키워나갔다.

주소은 우송정보대 실용음악과 교수, ‘뉴욕홀리데이’ 저자
한편으로 고교 시절 김용익의 ‘꽃신’과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읽으며 소설 속의 그 서정적인 표현과 안타까운 스토리에 감동해 실제 내 일인 것처럼 가슴을 쳤다. 수많은 책들을 보며 누군가가 나에게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을 전할 때면 망설임 없이 ‘고전을 읽어 보시라’라고 제안한다.

고전이 매력을 끄는 이유는 그 어떤 화려한 유행에도 변하지 않는 당당한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또한 고전이 순리라고 생각하는 나의 고집스러운 믿음도 있다.

요즘도 에너지와 머리 회전의 속도가 부족해진다고 느낄 때면 어린 시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단숨에 읽어 내렸던 ‘이솝우화’와 무엇이든 기적이 일어나는 ‘세계전래동화’를 다시 꺼내 읽는다. 동서양의 고전도 두루 훑어 읽는 것은 물론이다.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동화책을 읽느냐”고 핀잔을 주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을 영위하면서 무언가를 되짚어 보고픈 순간이 불현듯 생긴다면, 그리고 그 순간의 돌파구를 책에서 찾고 싶다면 고전으로 돌아가라고 권면할 것이다.

주소은 우송정보대 실용음악과 교수, ‘뉴욕홀리데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