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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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휴대전화의 역습

인류 문명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자동차 발명. 1886년 독일의 다임러 벤츠사가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한 뒤 자동차 없는 생활을 생각할 수도 없게 된 오늘날, 인류는 자동차의 편리함을 누리는 대가로 매일 수많은 목숨을 바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어제 발표한 ‘2010년 교통사고 통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총 97만930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5505명이 숨지고 153만3609명이 다쳤다. 하루 평균 사망자가 15명이고 부상자는 4202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해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무선 전자기장이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과거 휴대전화 전자파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수준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새로운 걱정거리를 떠안은 듯한 표정이다. 이번 발표로 휴대전화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안전한 것처럼 광고했다며 통신·전자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이 주목받게 됐다.

정작 위험한 것은 휴대전화 전자파가 아니라 ‘휴대전화 중독’이다. 인터넷과 DMB 등 다양한 오락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더 심각해졌다. 잠시라도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그 사이에 전화나 문자 메시지가 오지나 않았을까’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식사할 때도 휴대전화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최근 대구의 초등학생 219명에게 물어보니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오면 불안하고 신경이 쓰인다고 답한 비율이 30%였다.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밥을 먹거나 심지어 공부를 할 때도 끊임없이 ‘문자질’ 등을 하느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을 줄 모른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도 중독 증상의 하나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

휴대전화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휴대전화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 1시간 끄기 운동’ 같은 것도 생겼다. ‘휴대전화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아예 휴대전화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시간과 삶의 질이 반비례하는 세상이 됐다.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