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갇히는 순간, 모든 것이 낯선 공포로 변한다.” 지난해 여름에 선보였던 영화 ‘엘리베이터(Blackout)’의 광고 카피다. 영화는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힌 세 사람 가운데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있는 상황을 그린 스릴러다. 멈춰선 엘리베이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새 초조와 불안으로 바뀐다. 누가 움직여 덜컹 소리라도 나면 좁은 공간은 삽시에 공포로 꽉 채워진다.
영화는 극한 상황을 그렸지만,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것은 그리 희귀한 경험이 아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 사고로 119가 출동한 사례는 9000여건, 구조 인원은 1만6000여명에 이른다. 매일 50여명이 승강기 고장으로 다치거나 정신적 피해를 보는 셈이다. 사상자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지난해 10명이 사망하고 13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승강기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화에 이명수 의원(자유선진당)과 백원우 의원(민주당)이 나섰다.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한 것이다. 승강기 부품인증을 확대해 불량제품 설치를 막고, 승강기 제조·수입·유지보수 업체의 등록제를 실시해 안전성을 높이고 관리를 강화하자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승강기 검사 수행기관을 단일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검사를 여러 기관이 하다 보니 나눠먹기 부작용이 나타나고, 부실검사 요인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승강기는 전국에 43만대가 운영되고 있다. 관련 부처만 해도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3곳이고, 관련 기관은 4곳이다. 유지보수업체는 800개나 난립해 있다.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 개정 방향이 규제완화에 역행한다는 등의 반발 기류도 없지 않다. 개정안 통과는 미지수인 것이다.
업계 여건상 개정안 찬반 논란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하기 십상이다. 동시에 간명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안전과 탈규제 가운데 무엇을 택하느냐는 문제인 것이다. 제30대 미국 대통령 쿨리지라면 선택이 쉬웠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국민 안전을 깨뜨릴 권리는 없다”고 단언했으니까.
김선교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