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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사활 걸린 전쟁터… ‘적과의 동침’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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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분쟁 집중… 삼성·LG 등 수출 주력부대 타깃
특허권 사용료 적자규모 지난해 50억弗 넘어 ‘심각’
#1. 코닥은 1976년부터 14년간 이어진 폴라로이드와의 특허소송에서 패한 뒤 9억2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15억 달러를 투자한 공장을 폐쇄하고 700명의 종업원을 해고했다. 특허소송에서 패한 기업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2. 반도체 분야 ‘특허 괴물’ 램버스는 2005년 미국 연방법원에 자사와 거래하던 삼성전자가 D램 관련 계약 외 특허 18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년간의 다툼 끝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결국 손을 들었다. 2015년까지 7억 달러를 지급하는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고 2억 달러의 지분을 투자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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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이 피 말리는 ‘특허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허권 시장은 단지 기술을 지키는 수단을 넘어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거대한 전쟁터로 변해 버렸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특허 확보에 나서는 한편 소송에 대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조직 보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중 견제 당하는 한국 기업

기업 간 특허 분쟁은 정보기술(IT)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서로 다른 IT 기술의 융·복합 추세로 분기마다 기술이 수만개씩 쏟아지기 때문에 특허 분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 수출의 주력부대인 IT 기업들이 특허 분쟁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 기업이 특허 침해로 피소된 92건 중 63건은 미국 기업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전화, 반도체, 디스플레이, 3D TV 등 IT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자 미국 기업들이 강력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낸 특허소송은 8건에 불과해 제대로 특허 방어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허소송의 경우 끝까지 가기보다 중도에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일단 제소를 당하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특허권 사용료 부문 적자 규모는 1990년 13억 달러에 머물렀지만 20년 만에 4.5배나 증가하며 지난해에는 50억 달러를 웃돌았다.

더구나 3만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세계 최대 ‘특허 괴물’ 인텔렉추얼벤처스(IV)가 지난해 12월 하이닉스반도체 등 IT 기업 9곳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내는 등 한국 기업을 노리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허를 확보하라

현재 삼성은 애플과, LG전자는 소니와 특허소송 중이다. 삼성과 LG는 오스람 특허를 보유한 지멘스와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는 애플과의 2년여에 걸친 46건 특허 분쟁에서 최근 승리했다. 특허소송 전문가들은 이번 법정 다툼에서 승리한 노키아가 조만간 삼성전자 등을 포함한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특허 분쟁이 심화되자 기업들은 제휴, 특허 매입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하느라 분주하다.

미국 특허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IBM은 지난 2월 상대방의 특허기술을 서로 사용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또 지난해 이스트맨코닥, 램버스, 샤프와 카메라·반도체·LCD 패널 및 모듈 관련 기술 특허의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고 특허소송을 끝냈다. 삼성은 심지어 특허 괴물 IV와도 손잡고 지난해 11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특허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고 ‘적과의 동침’에 들어간 것이다.

구글은 최근 파산한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네트워크의 특허 6000여건을 인수키로 하고 9억 달러를 제시한 상황이다. 노텔은 무선비디오, 와이파이, LTE 이통데이터기술 등 특허를 무료로 공개해 MS의 로열티 전략을 무력화할 작정이다.

MS는 지난해 12월 애플, 오라클, EMC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계적인 리눅스 기업 노벨(Novell)의 특허 882개를 4억5000만 달러에 취득했다. 애플도 지난 5월 노키아와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모토로라에서 분사한 프리스케일 특허 200개 이상을 구매했다.

이밖의 기업들도 AST, RPX와 같은 특허 분쟁 방어 펀드에 가입하거나 대학·연구소 등과 공동개발한 특허를 방어용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박찬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특허 분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특허 중심의 연구개발이 급선무”라며 “특히 기술 밑천을 확보해야 크로스 라이선스든 합의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