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에는 ‘가랑비에 옷 젖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다. ‘상환능력을 평가해 대출을 해준다’는 대원칙이 정해진 탓이다. 금융회사에서 돈 빌리기는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까다로워지는 금융 대출
정부는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은행에 대한 다양한 압박과 유인책도 마련했다. 변동금리·거치식·일시상환 대출이 많으면 외부 충격 발생시 가계 부채가 금융불안을 낳는 불씨가 된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16년까지 현재 5% 수준인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잔액 기준으로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6배로 규모를 늘리는 셈이다. 이를 위해 전국은행연합회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대출상품을 개발하고,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은행에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1000만원까지인 이자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은 1500만원으로 늘리고, 그렇지 않은 대출은 50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자납입액 소득공제 대상은 무주택자로 3억원 이하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에 살면서 15년 이상 상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은행권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대출도 소득증빙자료를 필수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상환능력 평가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고위험 주택담보대출과 특정 부문에 편중된 대출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계산할 때 위험 가중치를 높이기로 했다.
![]() |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장관은 “식자재 가격이 올라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외식비가 일부 비용 상승요인보다 지나치게 인상된 측면이 보인다”며 “정책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이번 대책의 성패는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이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3억원을 연 5.5%의 변동금리, 3년 거치 조건으로 빌린 경우 3년 동안 한 달에 137만5000원씩 이자를 내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갚으면 된다. 반면 5.5%의 고정금리로 3억원을 20년 동안 비거치식·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았다면 한 달에 원리금을 206만4000원씩 20년을 갚아야 한다.
문제는 고정금리 대출 이자가 변동금리보다 통상 높은 편인데, 이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대출자로서는 굳이 고정금리를 택할 이유가 없다. 금융위가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에 소득공제한도를 500만원 높인 1500만원까지 확대했지만 이는 3억원 이하 국민주택규모에 대해서만 적용돼 수혜층도 많지 않다. 또 3000만원 이하 소득자가 연 6% 고정금리로 1억원을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받아 1500만원을 소득공제받으면 56베이시스포인트(1bp=0.01%), 변동금리로 5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으면 50bp의 금리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결국 소득공제 추가 인센티브 효과는 연 6만원에 불과하다. 5000만원 이하 소득자는 17만원, 7000만원 이하 26만원, 7000만원 초과 26만원의 인센티브 효과 역시 낮은 편이며 1억5000만원 대출시 소득수준에 따라 13만∼71만원, 2억원의 경우 14만∼92만원의 효과에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금리 매력을 상쇄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은행으로서도 미래의 위험을 떠안으면서 정부 대책을 이행할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또 다른 ‘금융관치’가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이날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현 시점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그동안 금융산업의 가장 큰 잠재 리스크로 가계부채를 꼽아왔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지나치게 강하다고 할 정도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빠진 대책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임팩트가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아무래도 재정부 등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수위가 많이 조절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강도가 센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5년 사이 현재의 6배까지 늘려야 하는 것에 막막해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대출 구조를 바꾸려는 ‘알고 보면 무서운 대책’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김재홍·정아람 기자 ho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