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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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몽골의 기후 재앙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칭기즈칸의 대국 몽골을 상상하며 비행기 트랩을 내렸지만 나를 반긴 것은 영하 40도를 밑도는 맹추위였습니다. 지난봄 어린이재단이 후원하는 몽골 어린이 돕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문하던 참이었습니다. 대만어린이재단이 후원하는 한 복지시설에서 만난 한 가족은 대대로 물려받은 가축을 하루아침에 ‘조드’로 모두 잃었습니다.

주연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
조드란 혹한으로 가축이 몰사하고 난민을 발생시키는 몽골 특유의 기후 재앙을 일컫는 얘깁니다. 아버지는 다리까지 다쳐 당장 갓난아이를 포함한 세 명의 아이를 먹여살리기 위해 유목민 생활을 청산하고 도시로 나왔다고 합니다. 유목이 ‘삶의 본질’인 그들에게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네 정서와 비슷하게 자녀에 대한 사랑이 애틋한 이 몽골인 가장은 갓난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끔찍했던 작년의 ‘조드’ 기억과 팍팍한 도시생활에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내 맘을 아프게 했죠.

울란바토르 외곽 비오마을 쓰레기매립장의 어린이들은 더욱 나의 여린 가슴을 때렸어요. 하루 두세 차례 청소 차량이 쓰레기를 실어다 쏟아놓으면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은 쓰레기 속을 뒤집니다. 되팔 수 있는 것들을 죄다 주워 모아요. 조금이라도 빨리 돈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아직 정차하지도 않은 차에 매달리는 위험천만한 행동도 무심히 합니다. 동물 사체가 뒹구는 쓰레기장에는 일 나온 엄마를 따라나온 어린아이들도 끼어 있어요. 할머니와 며느리 손자 등 3대가 한데 어울려 쓰레기를 뒤지곤 한답니다.

몽골은 극심한 추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사막화로 전통 유목생활이 차츰 파괴되고 있어요. 넓은 영토, 풍부한 자원과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진 몽골이 지금 재앙과도 같은 기후 환경으로 악순환에 빠져 있어요. 칭기즈칸에 관한 전기나 정복 역사에 관한 책은 자주 등장하지만 현지 어린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리는 작품이나 저작물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한민족과 유전학적으로 가장 유사한 형제국가인 몽골 어린이들의 어려운 현실 앞에서 무관심하다면 우리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겠죠?

주연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