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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견은 장애인의 눈·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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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도입 20년 흘렀지만… 사회적 편견·무관심 여전
대중교통등 이용 거부 일쑤
제주도에 사는 강윤미(44·여)씨는 선천성 전신근육 장애인으로 팔과 다리가 불편하다. 하지만 ‘마음이’란 이름의 ‘도우미견(犬)’이 그림자처럼 붙어다녀 든든하다. 강씨는 지난 2월 서울에 볼 일이 있어 마음이와 대한항공을 이용하다 속상한 일을 당했다. 항공사 직원이 “개는 화물칸에 실어야 하니 케이지(운반 상자)를 준비해 오라”며 동반 탑승을 제지한 것. 마음이 없이는 휠체어 바로 앞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못하는 강씨가 관련 법률까지 설명하며 기내 탑승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내부 규정상 ‘시각장애인’ 도우미견만 기내 탑승이 가능하다는 것. 마음이는 결국 화물칸을 이용해야 했다. 강씨는 “마음이와 떨어져 있는 내내 불안해 혼났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박종관 사무국장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한다는 항공사에서 이런 것은 국제적 망신거리”라며 혀를 찼다. 대한항공 측은 이후 장애인과 도우미견이 함께 탈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국내에 장애인 도우미견이 도입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이 여전하다. 

도우미견은 장애인의 신체 일부와 다름없다. 시각·청각장애인에게는 눈과 귀, 지체장애인에게는 손과 발이 돼주는 ‘동반자’다. 하지만 마음이처럼 집 밖에 나서면 일반 개들과 비슷한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이를 막기 위해 2000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됐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법은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에 탑승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등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곳에 출입하고자 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그러나 지금까지 이 법을 어겨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2005년에 까르푸 서울 방학점 단 한 곳이다.

도우미견 출입을 거부한 사람의 신원과 거부 사실을 장애인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 등 신고절차가 까다롭고 신고담당 기관도 불분명한 탓이다. 까르푸를 신고했던 시각장애인 전숙연(53·여)씨도 당시 현장에 남편이 없었다면 신고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막상 신고를 해도 대부분 ‘시정 권고’에 그치는 당국의 솜방망이 조치도 문제다. 도우미견 출입 허용을 ‘배려’로 여기거나 ‘도우미견은 시각장애인에게만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도 걸림돌이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 장애인 도우미견 보급을 지원하고 공공장소에 도우미견이 출입할 수 있도록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