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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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하이힐이 오히려 더 편하다?

하이힐 오래 신으면 발 모양 변형
아킬레스건 탄력 줄어 염증 위험
단화로 바꾸면 뒤꿈치 통증 호소해
하이힐을 즐겨 신는 30대 여성 K씨는 가끔 운동화나 굽 낮은 신발을 신으면 뒤꿈치가 아프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하이힐을 신어서 발이 하이힐에 익숙해져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운동을 시작하면서 뒤꿈치와 함께 종아리 근육도 심하게 당겨지는 통증 때문에 고역이다.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았더니 ‘아킬레스건염’이었다. 하이힐 때문에 아킬레스건이 두껍고 딱딱해져 잘 늘어나지 않는 데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아킬레스건에 무리를 주면서 염증이 생긴 것이다.

하이힐은 발이 불편한 신발인데도 멋 때문에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신고 다닌다. 그런데 강씨와 같이 평소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 중에는 단화나 운동화 같이 굽이 낮고 편한 신발을 신으면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힘찬병원(대표원장 이수찬)이 지난 6월 한 달 동안 대학생과 직장인 등 20∼30대 성인여성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이힐 착용 실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77%가 주 2∼3회 이상 꼭 하이힐을 신는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46%는 7cm 이상 높은 굽을 신고 있으며, 50%는 하루 5시간 이상 하이힐을 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52%가 발 모양 변형을 경험했으며, 37%는 ‘발가락 휨’, 8%는 ‘발등 올라옴’, 7%는 ‘발뒤꿈치 튀어나옴’ 등 다양한 발 변형을 호소했다. 특히, 주 2∼3회 이상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 3명 중 1명은 운동화 같은 낮은 신발을 착용할 때보다 오히려 다양한 족부질환의 원인이 되는 하이힐을 신을 때 더 편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여성들이 하이힐을 더 높게, 더 자주 신고도 오히려 편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하이힐을 자주 신으면 발뒤꿈치가 항상 들린 상태로 고정돼 발이 하이힐 모양에 적응하게 된다. 특히 하이힐 높이에 맞춰 탄력이 줄어든 아킬레스 건은 하이힐을 벗으면 다리 뒤쪽 부분의 길이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뒤꿈치가 당겨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그래서 굽이 없는 신을 신고 있거나 맨발로 걷거나 서 있는 것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하이힐을 착용하면 뒤꿈치를 들어올릴 때 강하게 작용하는 근육인 아킬레스건의 비정상적인 변성으로 탄력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낮은 신발을 신고 활동할 경우 딱딱해진 아킬레스건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장시간 하이힐을 착용하면 종아리 근육의 근섬유가 짧아지고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바닥에 닿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아킬레스건에 작은 파열이 생기거나 아킬레스건을 덮은 건막에 염증이 생기는 아킬레스건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이힐이 낮은 신발보다 편하다고 자주 착용하는 것은 발 모양 변형, 족부질환 등 2차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발 변형은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이다. 발끝이 조여지면서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발가락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발병하는 것이다. 또한 하이힐로 인한 발 변형으로 요족(오목발)이 있다. 요족은 평발과 반대로 발 가운데의 아치가 정상보다 높고 발등이 올라온 형태로, 대개 선천적이지만, 최근에는 하이힐로 인해 현대판 요족이 늘고 있다. 이렇게 변형된 발 형태는 발뒤꿈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킬레스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강북힘찬병원 서우영 과장은 “하이힐을 신은 후에는 종아리 근육이나 아킬레스건이 수축되지 않도록 발 스트레칭을 해주는 등 꾸준한 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