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실험 대상자는 실험 시작 전 4시간 이내에는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한다. 다시 말하면 배가 고픈 상태에서 실험에 임한다는 얘기다. 이들이 모여 있는 옆방에서는 삼겹살을 굽고 있다. 고소한 냄새가 방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한 그룹에게는 삼겹살을 먹게 했고, 한 그룹에게는 샐러드를 먹게 했다. 어느 정도 요기가 된 후, 이들에게 과제가 주어졌다. 예를 들면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어렵지는 않지만 끈기를 갖고 해야 하는 종류다. 결과적으로 어느 그룹의 성과가 더 좋을까? 삼겹살을 먹은 그룹? 샐러드를 먹은 그룹? 아니면 둘 다 별 차이가 없었을까?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알아 보고자 한 실험일까? 고기를 먹은 그룹 보다는 야채를 먹은 그룹이 머리가 잘 돌아 간다는 실험이었을까? 아니면 먹는 것과 문제 해결 능력간에는 상관 관계가 없다는 실험이었을까? 이것은 ‘자제력 고갈’ 실험이었다. 결론은 샐러드를 먹은 그룹이 삼겹살을 먹은 그룹의 반 밖에 찾아내지 못하고 포기 했는데, 이는 이미 앞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하면서 참느라 자제력이 이미 고갈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큰 소리를 내기 직전 하는 말이 있다.
“그만해~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그렇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자제력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 에너지가 고갈 되면 더 이상 자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여러 가지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식곤증이 몰려 와도 참아야 하고, 친구와 메신저로 수다 떨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도 참아야 하며, 상사에게 대들고 싶은 마음, 부하 직원을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마음도 참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제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휴식이 필요한 것이고 휴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휴가는 순수한 충전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자제력을 시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휴가 후 업무 능률이 올라 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수를 최소화한 휴가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수를 적게 하기 위해서는 계획된 휴가여야 할 것이다. 또한 변수를 적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접촉을 적게 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결여 된 휴가라면 자신만을 위한 휴가가 아니라 남을 위한, 혹은 보여주기 위한 휴가가 될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많거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으면 사람들은 피곤을 느낀다.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6가지 잼을 선 보인다는 광고와 24가지 잼을 선 보인다는 광고에, 물론 24가지를 선 보인다고 할 때 사람들은 더 많이 왔지만, 구입 확률은 6가지 잼을 보여 줬을 때가 10배나 높았다고 한다. 쇼핑을 다녀 온 후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오죽하면 식당의 메뉴에 ‘아무거나’가 생겼겠는가. 하도 많은 사람이 선택을 포기하고 “아무거나 주세요~” 해서 생긴 어떤 식당의 사례다. 흔히 식당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백반’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돌아 다니던 휴가 패턴이 한 군데서 휴식을 취하려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휴가와 휴식의 의미를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제력을 발휘해야 할 기회를 적게 만드는 것, 그것이 또 다른 충전의 의미다.
김학재 mindset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