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주민투표 발의로 무상급식이 또다시 민심의 향방을 가를 ‘가늠자’로 떠올랐다. 오는 24일 주민투표를 앞두고 여야가 날선 공방과 함께 법적 논쟁까지 벌이는 가운데 정작 무상급식의 대상인 학생과 학부모는 논의에서 제외된 듯한 모습이다. 주민투표 결과는 물론 주민투표 실시 전에 이 문제를 둘러싼 법리 다툼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새 학기부터 학생들의 밥상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정치권과 법정으로 간 무상급식의 주요 쟁점과 전망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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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치러지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여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사거리에 민주당(왼쪽)과 한나라당의 주장을 담은 찬·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현재 무상급식 문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행정법원에 걸린 소송이 주민투표의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것이라면 대법원과 헌재에 제기된 소송은 학교급식 사무의 권한 소재에 대한 판단에서 출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일 서울시를 상대로 “교육감의 고유 사무인 무상급식 사무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주민투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곽노현 교육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서울시장이 발의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조례가 서울시장을 학교급식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결정해 법령상 교육감의 고유 권한과 책임을 시장에게 강제로 전가했다”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결국 이 소송도 학교급식에 대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위법성의 판단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학교급식법은 급식비의 지원액과 지원대상은 학교급식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감이 정하고 지방자치단체는 학교급식에 대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학교급식은 교육감의 소관 사무인 셈이다. 하지만 교육감의 사무를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남는다.
시교육청은 “학교급식에 대해 서울시장이 주민투표를 발의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는 “무상급식의 권한 소재와 관계없이 주민투표는 서울시민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장이 행정주체로서 권한을 행사한 것”이란 입장이다.
◆2학기 급식은 어떻게 되나
당장 2학기부터 무상급식의 수혜 범위에 영향을 미칠 큰 변수는 ‘주민투표의 성사 여부’다. 민주당이 행정법원에 제기한 주민투표 수리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의 결과에 따라 24일 예정대로 투표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소송의 결과는 투표일 전에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집행정지 신청은 16일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주민투표 절차는 중지되고 투표는 10월 말 이후로 연기된다. 현행법상 다른 선거 60일 이전에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어 10월26일 예정된 재보궐선거 이후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주민투표에 대한 동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일단 2학기 급식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해 투표가 성사된다고 해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은 여전히 많다. 우선 전체 투표 수가 투표권자의 3분의 1이 안 될 경우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된다. 하지만 투표율 33.3%의 벽을 넘기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평일인 데다 휴가기간까지 겹친 상황에서 야당과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주민투표가 위법성이 많고 ‘초등학교는 2011년까지, 중학교는 2012년까지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라는 투표 문안도 사실과 다르다며 투표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투표율을 넘겼을 경우엔 서울시의 ‘단계적 무상급식안’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서울지역 초등학교 1∼4학년의 무상급식은 사실상 중단되고 서울시의 안에 따라 일부는 다시 급식비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투표안에 적힌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하여’란 제목의 의미에 대해 시교육청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지원 범위’의 주체를 서울시장이라고 해석할 경우 이번 투표는 서울시의 지원을 전제로 계획했던 초등학교 5∼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된다. 시교육청과 자치구가 실시하는 현행 무상급식은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투표 결과가 나오더라도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과나 법원의 무효확인소송의 결과에 따라 무상급식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주민투표의 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법적인 문제가 많이 걸려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무상급식의 방향을 정할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