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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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아이들에게 누가 뭘 가르치는 건가

원어민 영어강사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그제 경찰에 구속된 미국대학입학시험(SAT) 전문 어학원 원장 김모(33)씨는 199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멕시코계 갱단원 두 명에게 권총으로 중상을 입힌 재미교포 갱단원 출신이라고 한다. 그는 미국 경찰에 쫓기자 한국으로 도피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으로 신분 세탁을 했다. 2002년부터 영어 강사로 활동하다 서울 강남에 어학원까지 차렸다. 1급 살인미수를 저지른 조직폭력배가 10년 동안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것이다.

고졸 학력이 전부인 김씨는 미국 명문대를 나왔다며 학생들을 끌어모았다고 한다. 그가 고용한 무자격 강사도 여럿이다. 김씨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무자격, 파렴치 강사가 지금도 전국에 수두룩하다. 마약 복용, 알코올 중독, 아동 성추행 등 그간 들통난 범죄 행각도 셀 수 없을 지경이다.

영어교육 바람을 타고 원어민 강사가 급증하고 있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은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범죄를 막는 법제적 장치도 허점투성이다. 부적격 강사들이 아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김씨는 가짜 주민등록증과 여권으로 17차례나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법망에 구멍이 없지 않고서야 김씨가 그렇게 활개를 쳤을 리 없다.

유능한 원어민 강사 공급난은 사교육 시장의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누가 뭘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지도 모르는 반교육적 상황이 방치돼선 안 된다. 원어민 강사들이 최소한의 소양교육을 받게 하는 일부터 고려해봄 직하다. 글로벌화의 첫걸음인 영어교육 현장을 바로잡는 일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