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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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복음 해설서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펴낸 치과의사 박세당

“기독교인들에게 예수의 참모습 전하고 싶어”
“아니마와 아니무스, 자웅동체 합체불에 페미니즘까지 동원했지만 결과는 더 참담하다. 이 황당한 도올의 현학적 태도가 만들어낸 예수는 결국 섹스테라피스트나 요가 선생이거나 기껏해야 여권 운동가이다. 예수가 고작 이 정도의 인물이었던가?”(11쪽)

“최근에 등장한 중화요리 신 메뉴 중에 ‘짬짜면’이 있다. (중략) 짬뽕 마니아도 자장면 마니아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다. 호기심으로 먹지만 먹고 나면 반드시 후회하는 것, 이것이 짬짜면의 정체다. 오 교수의 도마복음 해설은 이를테면 바로 이 짬짜면이다.”(14∼15쪽)

도마복음 해설서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를 펴낸 치과의사 박세당씨는 “편협한 기독교인들에게 예수의 참 모습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마복음 해설서로 국내 처음인 ‘도마복음 한글역주’를 낸 도올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와 ‘또 다른 예수’라는 또 다른 도마복음 해설서의 저자인 비교종교학자 오강남(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에 대한 치과의사 박세당(50)씨의 비판은 거침이 없다. 혹독함의 극치다. 종교·성서학자가 아님에도 도마복음 해설의 선구자인 두 학자를 맹폭하는 박씨,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도마복음 해설서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를 낸 박씨는 환자에게 명확한 답을 줘야 하는 치과의사답게 추상적이지 않은 분명한 말만을 쏟아냈다. “도올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내가 알고 있는 도마복음과 진정한 예수를 세상에 드러내기로 결심했다”는 그를 최근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났다.

―도올이나 오강남 교수를 호되게 비판하는 이유는.

“도마복음은 114장(114마디)으로 구성된 예수의 어록이다. 아주 얇지만 온전한 예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리 어렵지 않은 예수의 가르침을 불필요하게도 유교나 불교, 도교의 틀로 해석하려 했다. 예수의 말 그대로를 진정성 있게 표현해 내지 못했고, 결국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됐다. 예수가 성의 융합, 아니마(남성의 여성성), 아니무스(여성의 남성성) 등 남녀의 원초적인 성의 융합, 섹스를 얘기했다는 설명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오강남 교수는 자신의 견해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리저리 소개만 했다.”

―주관·자의적인 비판 아닌가.

“해설이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예수가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의 관점 아래 해설했다. 예수가 사용한 아버지와 나라, 성령은 모두 생명과 같은 말이다. ‘생명’의 눈으로 도마복음을 바라봤다. 그런 점에서 개인 감정이 들어간 자의적인 비판이나 해석이란 말은 틀린 것이다. 예수 어록만으로 충분한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나는 어떤 학설도 동원하지도 않았다.”

―성서학자도 아닌데.

“도올과 오 교수는 학위로 보면 나와 비교할 수 없는 학자들이다. 사실 나는 도올의 추종자였고,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올과 토론을 시도했지만, 도울로부터 답이 없었다. 나는 스트리트 파이터다. 도마복음은 학문적으로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오해하기 쉽다. 링 밖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데 자신 있다. 나는 생명철학자다. 인생 속 다양한 수행과 경험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체험한 사람이다. 그냥 책을 보고 평가를 해줬으면 좋겠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도마복음을 이단시하는데.

“우리나라 기독교인들만 인정 안 한다. 몰라서다. 신학자들은 도마복음을 잘 알고 열심히 공부한다. 성경에 비해 파격적인 내용으로 이뤄졌다. 목사도 신학자다. 그런데 교단 차원으로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알리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신자들은 도마복음을 잘 모른다. 도마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진 존재가 아니다. 예수는 흔히 사랑의 화신으로 표현되는데, 도마복음을 보면 예수는 사랑을 얘기하지 않았다. 성경을 보면 실제 예수가 한 말은 별로 없다. 예수 어록인 도마복음은 성경의 주요 복음서보다 상당히 시기가 앞서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예수 어록을 읽고 예수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되면 인생이나 세계를 보는 시각이 한없이 넓어진다고 본다. 현재 한국 교회에는 예수가 안 계신다. 참된 예수를 모르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예수의 참 모습을 전하고 싶다. 이번 책을 영어로 번역도 하고 도마복음을 바탕으로 뮤지컬이나 연극을 창작할 생각이다. 대본은 직접 쓸 계획이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도마복음은

1945년 이집트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 야산 기슭에서 발견된 복음서. 기독교 4대 복음서(마태·누가·요한·마가복음)가 예수의 삶을 담고 있다면 도마복음은 114개의 단편적인 예수의 말씀으로 이뤄진 순수한 예수 어록이다. 서문에는 예수의 12사도 중 한명인 도마가 기록한 것으로 돼 있다. 이단의 문서로 취급됐다. 저작 시기는 4대 복음서보다 앞섰다는 견해, 1세기 후반설 등 논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