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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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온상’ 인터넷 스폰카페 철퇴

검찰, 운영자 등 2명 기소… 네이버·다음, 100여곳 폐쇄
#1. 지방의 한 방송사 리포터 A(26·여)씨는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성상납’을 한 후배한테 자리를 빼앗긴 뒤 ‘스폰만남’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 시절 주위에서 “어떤 애들은 스폰서를 끼고 방송가에서 승승장구한다”는 말을 들었던 A씨는 ‘스폰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막상 남성 회원으로부터 성매매 제안을 받자 곧 선택을 후회하고 카페에서 탈퇴했다.

#2. 서울의 한 여자대학에 다니던 B씨는 고시 공부를 하는 오빠 뒷바라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며 학비, 생활비를 스스로 벌기로 결심했다. B씨는 친구로부터 ‘스폰만남’에 관해 듣고 해당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한 남성 회원과 성관계를 가졌지만 이 남성은 대가로 가짜 금팔찌를 준 뒤 달아났다. B씨는 ‘스폰만남’에 회의를 느껴 활동을 접었다.

검찰이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성업 중인 ‘스폰카페’를 일제 단속했다. 스폰카페는 스폰서를 구하는 여성을 회원으로 끌어들인 뒤 남성과 성매매를 알선하는 곳으로 ‘이색알바’, ‘애인대행’ 등 용어로 여성을 유혹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희준)는 스폰카페 개설자 이모(43)씨와 회원 김모(26)씨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스폰카페 여성 회원 81명에게 “성상납을 할 스폰서와 연결해주겠다”며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카페에서 만난 여성에게 “스폰서를 소개받기 전에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면서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 등은 “한 달에 300만∼500만원을 지원할 남성을 스폰서로 소개해주겠다”는 말로 여성들을 꼬드긴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 회원으로 가입한 여성은 대부분 20, 30대로 명품 구입이나 성형수술비 마련을 위해 스폰서를 원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피해 여성 중에는 교사, 항공기 승무원도 있다.

검찰은 수사 직후 네이버, 다음 등에 스폰카페 폐쇄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다음은 각각 관련 카페 57개, 61개를 사실상 폐쇄하고 ‘애인대행’, ‘조건만남’, ‘스폰’ 등 키워드를 금칙어로 정해 접근 자체를 봉쇄하도록 했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