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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도 없이 시중銀 가계대출 ‘스톱’… 돈줄 막힌 서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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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까지 전면중단’ 초유의 조치… 후폭풍 예고
은행들이 가계대출 중단에 나섰다. 대출에 열을 올리다가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꾼 꼴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빚 증가세를 우려하며 압박하자 몽니 부리듯 대출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양측 간 신경전과 ‘네 탓’ 공방이 가관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빚 폭탄’이 걱정이다. 은행들을 압박해 사실상 대출에 제동을 건 이유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8일 “최근의 가계대출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실물경제의 성장률을 넘는 가계대출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미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은 계속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들의 돈 빌리기는 한층 어려워졌다. 자칫 급전이 필요한 주택 소유자가 집을 내놓는다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담해보지만… 상당수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중단한 가운데 18일 서울 시내 한 은행지점 대출 창구에서 한 여성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지차수 선임기자
◆가계대출 중단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전세자금 등 실수요 목적에 한해 본점 심사를 거쳐 실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농협 관계자는 “신규 대출은 내달 이후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말까지 거치식 또는 만기일시 상환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특정 직군을 겨냥한 신용대출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지점에서 처리하던 일반 신용대출은 본점 심사를 통해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살핀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가계대출 심사기준을 강화해 생활자금용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주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신용대출도 상환능력, 자금용도 등이 증빙되지 않으면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심사를 강화, 실수요 이외의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이들 은행은 서민을 위한 ‘희망홀씨대출’은 해주고 있다. 농협을 빼면 전세자금 대출도 지점에서 처리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 증가 추이를 점검한 뒤 9월부터 정상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적정 수준 이상의 대출 증가세가 나타나면 대출 중단은 언제라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가계빚 어떻기에

금융당국이 지난 6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세부 지침까지 마련했지만 은행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계대출 취급 규모를 무서운 속도로 늘려왔다. 이에 당국은 최근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추라”는 구두 경고를 보냈으며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7%로 묶지 못한 은행은 강도 높은 검사를 받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에 맞추려고 은행들이 가계대출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2009년 9월 6.2%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7%대로 높아졌고, 올해는 매월 8%를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모두 망라한 가계의 총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937조3000억원으로 가처분소득의 146%에 달했다.

◆네 탓 공방…서민들만 답답

은행들은 대출 중단 결정 이유로 ‘당국의 압박’을 댔다. 그러나 한 당국자는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늘리다 ‘위험신호’를 보내자 확 조이고는 당국 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장 돈이 급한 소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은행이 막히면 저신용자나 돈이 급한 이들은 대부업 등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출 총량규제를 했다가 주택가격이 급락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가계대출 문제가 커지자 마지막 수단으로 대출 총량을 규제했으나 결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당장 대다수 은행이 가계대출 창구를 아예 닫아버려 불편이 커지고 있다.

황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