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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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신의 직장’ 한국경제연구원의 방만경영

고참 연봉 1억8000만원…법인카드 술집 등서 물쓰듯
고과평가는 ‘나눠먹기’

출퇴근 관리 엉망 드러나
‘원장 운전기사 연봉 7000만원, 고참 연구원 연봉 1억8000만원….’

‘신의 직장’은 숨겨져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를 자처하는 한국경제연구원 얘기다. 전경련 임원인 본부장의 연봉이 1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인 것과 견줘 보면 한경연 직원들의 임금수준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알 수 있다. 한경연 연구원 출신의 전경련 한 임원은 “전경련으로 옮기고 보니 연봉이 확 줄더라”고 털어놓았다.

한경연의 방만한 경영은 고액 임금만이 아니다. 18일 전경련 고위 임원에 따르면 최근 한경연을 상대로 외부기관 감사를 진행한 결과 직원들은 법인카드를 물쓰듯 했다고 한다. 주말에 백화점, 마트 등에서 법인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유흥주점 등에서도 마구 긁어댄 사실이 확인됐다. 원장 비서에게는 부하 직원이 없는데도 비서팀장의 직급을 주고 판공비까지 지급했다.

출퇴근 관리도 엉망이었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는 시스템은 아예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야근수당은 대부분 꼬박꼬박 챙겼다.

직원들의 고과평가도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졌다. 고참격인 선임연구원은 A, 일반 연구원은 B, 신참 연구원은 C등급을 주는 식이다. 연구보고서 발간 등 업적에 따른 적절한 고과는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런 방만한 경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경연이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것은 1981년 4월1일. 하지만 한경연은 30년 동안 내부감사조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100여곳의 회원사가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기관이지만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수십 년 동안 ‘돈잔치’를 벌여온 셈이다.

한경연은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연구 인력은 줄었고 연구원장도 물러난 상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국회 공청회에서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운영방식을 파악 중이라고 밝힌 터여서 한경연은 존폐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한편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경련이 반기업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재계의 스태프로서 정치권과 접촉하는 것은 전경련의 당연한 책무이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치 후원금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