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달성터널 공사 현장 붕괴사고와 관련, 공사업체 측의 사고 은폐 의혹이 커지고 있다. 또 이번 사고가 공사업체의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전남 장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5분쯤 전남 장성군 북이면 호남고속철도 달성터널 공사현장 5-1 공구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숏크리트(터널 굴착 뒤 붕괴 예방 위한 응급조치) 작업 중이던 유모(44)씨가 매몰됐다.
유씨는 동료 3명과 함께 터널을 뚫은 뒤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작업을 하다가 붕괴 사고로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담양소방서에 구조요청 신고가 접수된 건 2일 오전 3시51분쯤이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에서 구조 요청 신고까지 6시간여 동안 사고현장의 조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공사 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구조작업을 하느라 경황이 없어 뒤늦게 구조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남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구조요청 신고 전화의 발신지는 경찰서였다. 장성경찰서 관계자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사고 내용을 듣고 장성군 북이 파출소에 사실 확인을 한 뒤 바로 구조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다 살아남은 콘크리트 믹서기 기사 한신덕(55)씨는 “공사가 잘못돼 터널이 붕괴 직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는 게 나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또 “사고 사흘 전에 양성된 콘크리트가 잘못돼 걷어냈으며 현장 관계자들이 천장에 금이 가고 하중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계속 진행시켰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조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사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사고 은폐 의혹과 안전관리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사건 신고 접수 이후 전남소방본부는 119구조대와 공무원, 공사업체 관계자 등 50여명으로 구성된 구조대를 편성, 굴착기 5대와 암반파쇄기 등의 장비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유씨가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주변에서 커다란 바위가 나타난 데다 작업장 주변의 흙이 또다시 유실돼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는 암반 파쇄기를 동원해 바위를 제거하는 한편 작업 범위를 넓혀 토사 유출을 막는 등 작업을 벌였다.
전남도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고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토사가 밀려와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류송중 기자 nice2012@segye.com
“공사 잘못 알면서도 진행”
사고 발생한지 6시간만에 경찰이 소방서로 구조 신고
공사업체 현장조치 도마위
사고 발생한지 6시간만에 경찰이 소방서로 구조 신고
공사업체 현장조치 도마위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