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물건값이 대부분 올랐네요. 자식 성적하고 남편 봉급도 이렇게 올랐으면 좋겠네.”
민족의 대명절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과일을 트럭에 싣던 이모(49)씨가 전날 한 손님에게서 들은 우스갯소리를 전해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경매가가 들쭉날쭉해서 손해를 보고 팔 때도 많은데 손님들은 비싸다고만 한다”면서 한숨을 지었다.
재래시장에서 ‘명절 대목’은 옛말이 된 지 이미 오래. 인근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에 빼앗긴 손님들은 돌아올 기색도 없는 데다, 올해는 잦은 비 탓에 과일과 채소값마저 뛰어 어려움이 더하다.
광진상회 홍남표(48) 사장은 “작년에 비하면 물량도 절반, 매출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가게에 쌓여 있는 선물용 과일 상자를 바라보던 그는 “예전엔 50박스, 100박스씩 사 가는 사람도 많았다”면서 “워낙 손님이 없다 보니 올해는 물건을 많이 들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올여름 일조량이 적어 과일 맛이 떨어질 것이라는 손님들의 지레짐작은 상인들을 더욱 고단하게 한다. 인근의 한 상인은 “어차피 물건에 따라 등급을 매겨 파는 건데, 하도 ‘맛없다’ ‘맛없다’ 떠들어대니 한 박스 7만원짜리를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5만원에 파는 실정”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오전 6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제사상에 가장 많이 올리는 고사리가 근당 3000원, 애호박이 개당 2000원, 사과는 가장 저렴한 것이 개당 4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그나마 채소류는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다. “장사는 당연히 안 되지. 올해는 가격도 많이 뛰었고, 요새 누가 시장에 오나. 그냥 나와 있는 거예요.” 스스로 많이 팔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미소 지으며 기운을 내는 이곳 상인들이다.
반면 오전 10시30분 서울 강북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재래시장인 수유시장은 행인들과 어깨가 부딪치지 않으면 걷기가 힘들 정도로 북적거려 그나마 명절을 앞둔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떡집과 전집 등은 가게 밖까지 손님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 등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추석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이곳을 들른 양모(45·여)씨는 “주부들은 눈으로 보면 얼마나 싱싱하고 깨끗한지 딱 안다”며 “채소와 과일은 마트보다 재래시장이 더 싸고 신선해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추석 앞둔 재래시장 가보니
잦은 비에 과일·채소값 ‘껑충’… 상인들 “손해보고 파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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