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책동네 산책] 역사에서 얻어야 할 교훈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교훈은 과거 역사에서 얻는다. 최근 필자가 펴낸 ‘쇼와 16년 여름의 패전’은 역사의 교훈을 새삼 일깨운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책은 70여 년 전 제국 일본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식 연호인 ‘쇼와 16년’은 1941년이다. 책의 줄거리는 제국 일본이 패망한 때가 1945년 여름이 아니라 1941년 여름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1941년 4월 1일 일본 전국에서 뽑힌 젊고 참신한 엘리트 35명이 극비 소집된다. 이른바 ‘총력전연구소’의 멤버들이다. 전시 내각 산하에 마련한 비밀 싱크탱크가 총력전연구소다. 여기서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한 총력전 시뮬레이션을 거듭한다. 이들은 미·영을 상대로 한 전쟁은 ‘일본 필패’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데이터를 무시하고 전쟁을 감행한다. 결과는 총력전연구소가 예측한 대로 흘러갔다. 제국 일본의 파국은 이미 1941년 여름에 예견된 것이었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역사의 교훈 같은 것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가 에필로그에 쓴 이야기 가운데 ‘반성회’가 나온다. 일본의 머리 허연 노인네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진주만 폭격 ‘실패’의 원인을 연구하는 모임이란다.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평화롭게 거니는 젊은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은 일본이 왜 패했을까 연구하는 데 머리를 싸맨다. 일본의 우익인사들임에 틀림없다. 일본의 속내를 보는 듯하여 아찔한 느낌이다. 지난 8·15 광복절에도 일본 정치인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몰려가 집단 참배했다.

최근 총리에 오른 노다 요시히코 신임 총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영토 영해와 관련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시뮬레이션을 해두는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뭘 시뮬레이션해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역사 이야기를 꼼꼼히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종한 도서출판 추수밭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