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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인터뷰] 김선아 "연재는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 중 하나"

김선아는 늘 유쾌하다. 주변 사람마저 기분 좋아지는 생기를 품은 그녀로 인해 행복한 기운이 전달되는 건 순식간이다. 시한부 암 환자로 등장하며 눈물 마를 새 없었던 SBS ‘여인의 향기’에서도 그녀가 뿜어내는 긍정의 향기는 죽음이란 비극적 단어와 어울리지 않을 희망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들었다.

“드라마 제목만으로 김선아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여인의 향기’를 마치고 난 뒤에도 눈물이 그치지 않네요. 실제 눈물도 없는 편인데 극중 주인집 개 말복이만 봐도 눈물이 나던걸요. 말복이 눈이 슬픈데다 연기까지 잘하니 더 슬펐어요.”

김선아가 전하는 ‘여인의 향기’ 종영소감에는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말기 암 환자 연재를 연기하며 겪었을 감정 후유증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끊임없이 눈물 흘리며 아파해야 하는, 격한 감정신을 소화하며 체력 또한 버텨내기 힘들었으리라.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웠는지 많이 우셨어요. 이번엔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니까 더 걱정되셨나 봐요. 알람소리에 깨서 잠깐 동안 기절하기도 했는데 그런 저를 보고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셨어요. 함께 방송을 보면 초상집 분위기가 따로 없었다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집에 연락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여인의 향기’에서 연재의 버킷리스트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으며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김선아는 연재의 버킷리스트에 대해 “너무 허황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자신의 삶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졌노라 입을 열었다. 

“연재의 버킷리스트는 평소 마땅히 해야 하지만 잊어버리고 사는 것들을 상기시켜줘서 고마웠어요. 엄마 매일 웃게 해주기, 자신이 못했던 사람에게 용서 구하기…. 모두 가장 쉬울 것 같지만 못하는 것들이잖아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 말해주자고 지난해부터 생각했고 실행에 옮기려던 찰나 이 작품을 만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소심한 연재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쉽고 소박하지만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일을 챙기는 연재를 보며 ‘속이 깊구나’ 느꼈죠.”

하지만 김선아도 선뜻 동조하기 힘들었던 연재의 감정선이 있단다. 죽음이 목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연재가 지욱(이동욱 분)과의 사랑을 택한 것은 다소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김선아는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며 “저 같으면 나중에 미안해질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 갈 것 같은데 감독님에게 설득 당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 연재의 선택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지욱 입장에서는 연재가 죽을 수 있어 절망적인 것보다 곁에 있어주는 행복이 절실할 수 있잖아요. ‘이기적이다, 아니다’는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지욱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이해되더군요. 그 사람이 ‘저 없이 못 산다’고 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숱한 캐릭터를 만나온 김선아지만 ‘연재’는 애착 가는 캐릭터 리스트에 올릴 수 있을 만큼 특별하다.

“애정이 가는 몇 캐릭터가 있어요. ‘S다이어리’ 나진희, ‘내 이름은 김삼순’ 삼순이, ‘시티홀’의 신미래. 지금까지 세 명이었는데 이제 네 명이 되겠죠? 이렇게 배우와 성장을 함께 해가는 역을 맡을 때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여인의 향기’는 여러 의미에서 오래 갈 거예요.”

‘여인의 향기’를 끝내놓고 휴식도 잠시, 영화 ‘투혼’ 개봉을 앞둔 김선아는 홍보일정으로 다시금 바빠질 예정이다. 하지만 촬영이 없는 연말까지 푹 쉬며 차기작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이렇게 계속 아프면 병들 것 같이요. 가장 빠른 치유는 일하는 것이지만 연말까지는 쉴 생각이에요. 검토중인 작품이 있어서 오래 걸리진 않을 거고요. 드라마든 영화든 지금보다 밝아질 거 같아요. 올해 계속 어두운 역할을 맡아 일년 내내 울기만 했더니 내년엔 웃으며 연기하고 싶은 생각 간절하네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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