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감독 페니 마셜의 초기 흥행작인 1988년 판타지 코미디 ‘빅(Big)’은 유원지에 놓인 소원을 비는 기계에 무심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해버린 12세 소년 조시가 하루아침에 30세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려냈다. 집에서는 쫓겨나고 돈은 벌어야겠고 해서 취직한 장난감 회사에서는 아이 특유의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차례로 히트 상품들을 만들어내면서 승진한다. 30살의 육체를 가진 아이가 바라보는 어른사회의 풍경, 그리고 어른도 아이도 아닌 주변인으로서 갈등하는 순수한 소년의 고뇌가 상냥하고 재치 있게, 그리고 온화하게 그려진다. 갑자기 어른이 된 조시의 배역으로는 단연 톰 행크스가 제격이었으며 결국은 그의 출세작이 됐다. 톰 행크스는 12세의 아역배우가 미리 연기한 것을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아이의 몸짓과 버릇을 숙지해 그대로 연기해냈다고 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작품들부터 2000년대 이후 스코세이지의 작품들, ‘양들의 침묵’, ‘세븐’, 그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던 거장 하워드 쇼어에게 ‘빅’은 그야말로 드문 소품 성격의 레코드였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몇몇 편곡의 운용은 오히려 GRP(재즈음반 레이블)의 데이브 그루신의 성격에 더 닿아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음반은 두 번에 걸쳐 발매됐지만 1000장 한정으로 발매돼 영화의 인기에 비하면 구하기가 힘들고 비싼 편이다.
설렘과 아련함 그 중심에 위치한 메인 타이틀로 앨범은 시작된다. 클라리넷이 더욱 쓸쓸한 무드를 강조하는 ‘조시 얼론’, 장난감 백화점의 테마곡 ‘웰컴 투 아워 월드 오브 토이즈’ 등의 천진난만한 곡들과 그와는 대조되는 어른들의 파티 장면에 흘렀던 ‘파티’, 그리고 글렌 밀러의 ‘문라이트 세레나데’ 같은 성인 취향의 재즈풍 트랙들이 별개로 존재했다. 수줍은 러브테마 ‘폴링 인 러브’,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흐르는 가슴 시린 ‘홈’은 하워드 쇼어에겐 전례 없는 서정적인 멜로디들로 완성해내면서 풋풋한 감정을 유발시켰다. 무엇보다도 발로 밟아서 작동되는 대형 피아노 위에서 톰 행크스와 그의 회사 사장이 함께 ‘바디 앤 소울’을 연주하는 장면 또한 잊히지 않는다.
무심코 미소 짓게끔 만드는 영화, 그리고 사운드트랙이다. 스토리만 들으면 바보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중간한 휴먼 드라마보다는 상당히 면밀하게 인간군상을 그려내고 있는 편이었다. 어린 시절 봤을 때는 뭔가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었고, 어른이 되어 봤을 때는 동심을 상기시켜줬다. 영화를 몇 번 봤지만 사실 볼 때마다 감상은 약간씩 변했다. 그만큼 현재 스스로가 처한 환경과 심정 또한 변하고 있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성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였을 때는 누구나 어른이 되고 싶어했고, 어른들은 줄곧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갑자기 어른이 된 조시 역시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에서 성공했음에도 결국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린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은 가슴 한편에 아이였던 자신을 알게 모르게 끌어안고 살아가는 듯싶다.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끝까지 간직하고 있는 것, 그리고 현재 어른으로서 치열한 생활에 충실하는 것 중 과연 무엇이 더 그럴듯한 선택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불싸조 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