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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미래를 위해 남겨둔 신의 축복

기사입력 2011-09-30 20:54:31
기사수정 2011-09-30 20: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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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무장강도들 습격받고 맹수에 쫓기며 종단
아프리카 문화·역사·정치 통찰력 제시
폴 서루 지음/강주헌 옮김/작가정신/2만8000원
아프리카 방랑/폴 서루 지음/강주헌 옮김/작가정신/2만8000원


흔히 ‘아프리카’를 빈곤이나 미개의 상징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 폴 서루는 몽테뉴의 ‘수상록’을 인용하면서 “모두가 자기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미개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 말은 그저 떠도는 인식과 서구인들이 만든 선입견으로 바라보려는 관습적 행태를 일깨우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또한 이런 풍설을 깨부수는 명작이다.


저자는 다양한 국가·인종·부족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의 문화·역사·정치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한다. 그렇다고 딱딱한 인문서는 아니다. 소설식으로 구성돼 지루하지 않다. 여행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폴 서루는 책에서 2000년대 초반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경험한 모든 것을 녹여냈다. 8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까지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기행문이다.

저자는 ‘유라시아 횡단기행’ ‘중국 기행’ 등을 써서 유명해졌다. 1960년대에 평화봉사단원으로 말라위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다, 독재에 항거하는 동료 교사의 망명을 도왔다는 이유로 추방됐고, 우간다의 한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푸른 대륙의 한복판에서 행복하게 살며 일한 기억을 떠올리며 거대한 대륙을 재발견하도록 인도할 것이다.”

아프리카 명산으로 꼽히는 킬리만자로의 빼어난 풍광.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루는 ‘오버랜드’ 여행을 표방한다. 고물 기차, 닭장 버스, 가축용 트럭을 타고 통나무를 저어가며 아프리카를 종단했다. 사막 한가운데 텐트를 치고, 무장 강도들의 습격을 받았던 아찔한 순간, 빅토리아 호수와 킬리만자로를 관통하는 모험적이고 장엄한 순간, 맹수에 쫓긴 웃지 못할 위기를 넘기면서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말라위, 모잠비크, 짐바브웨, 남아공의 국경을 차례로 넘는다.

‘아프리카 방랑’의 저자 폴 서루.

이 과정에서 우간다의 총리가 된 옛 친구 아폴로 은시밤비, 수단 제1 정당의 당수인 사디그 알 마흐디 등 정치 지도자들과 만나 담소했다. 아랍 문학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나기브 마푸즈, 아프리카 문학의 대가 나딘 고디머 등을 만나 아프리카의 문제를 토론했다.

저자는 특히 아프리카의 ‘나쁜 사람들’에 대해 신랄한 독설을 퍼붓는다. 정치탄압을 일삼는 독재자나 외국의 원조를 착복하는 정치인, 무능한 관리들만 비판하는 게 아니다. 신제국주의 야욕을 숨긴 채 원조 명목으로 식량을 지원하는 대신, 거대 이권을 챙기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중국 상인들, 아프리카에 난립한 각국 구호단체와 선교단체의 위선까지 들춰낸다. 그는 “30여년 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더 음산해지고 상황이 악화된 것 이외에는 변한 것이 없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새롭게 신대륙처럼 다가오는 아프리카는 신개발지라는 가슴 뛰는 땅이 틀림없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내부를 관통하는 여정에서 서루는 아프리카라는 대륙의, 아프리카인들 삶의 본질을 깨닫는다. 저자는 미개의 대명사 아프리카는 오히려 인류의 미래 행복을 위해 남겨진 신의 축복이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