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말입니까… 딸꾹∼ 일용직 노동자인데요.” 지난해 10월 경기지역 공무원 A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까지 2㎞ 정도 승용차를 몰고 가다 음주단속에 걸렸다. A씨는 경찰에 직업을 ‘일용직 노동자’라고 거짓 진술했다. 경찰 전산망에는 직업이 뜨지 않는다. 소속 기관은 그의 음주사실을 몰랐다. A씨는 면허정지와 벌금 부과 조치만 받았을 뿐 징계를 당하지는 않았다.
법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공무원이 음주운전도 모자라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하고 승진까지 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음주운전 공무원 처벌을 강화하고 신분 은폐자 상시 적발 시스템을 만들 만도 하건만 제도 보완조차 되지 않고 있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유정현 의원(한나라당)의 행안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2010년 음주운전 적발시 신분을 은폐한 16개 시·도 공무원은 1만1507명에 이르렀다. 행안부 소속 공무원도 32명이었다.
이들은 직업을 자영업이나 일반 직장인, 일용직 노동자로 속였다. 한 지방공무원 B씨는 상습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4번)와 면허정지(1번)를 당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다시 음주운전을 하고 신분을 속였다가 들통나 중징계를 받을 처지가 됐다. 공무원 C씨는 2008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고 벌금까지 물었다. 그러나 신분을 농민이라고 속여 징계는커녕 이듬해 승진까지 했다. 음주운전 공무원의 신분은폐 이유는 징계시효 2년만 무사히 넘기면 인사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징계시효를 3년으로 늘리는 국가·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태원 의원(한나라당)은 “신분은폐가 드러나도 더 엄하게 처벌할 규정이 없고, 승진자도 거의 강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신분은폐 사실이 탄로 나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2009년에 전체의 12.2%(117명)에 불과했다. 행안부는 오는 12월부터 최초 음주운전의 경우 견책이나 감봉, 무면허 음주운전은 감봉이나 정직, 음주운전 3회 이상은 해임이나 파면을 할 계획이다.
유 의원은 “감사원이나 행안부가 1년에 한두 차례 경찰 음주단속 현황과 공무원 신분 자료를 전산분석해 신분은폐를 가려내고 있는데, 이를 상시화해 공무원 음주운전과 신분은폐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