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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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민족의 혼 담긴 한복

독서의 달 초입의 9일은 한글날이다. 올해로 세상에 나온 지 565돌을 맞는 한글은 우리에게 영원히 남을 대단한 민족적 자산이요 유산임에 틀림없다. 세종대왕이 사대 사상에 물든 훈구 대신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만든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다. 인류의 모든 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기가 막힌 문자이다. 만백성을 교육하며 함께 쓰고 의미를 전달한다는 명분을 갖고, 한글을 만든 세종의 민본사상은 결코 오늘날에도 빛이 바래지 않는, 현대식 민주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고유의 한복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 편리함과 건강함을 갖고 있다. 평소 흰 옷만 입었다는 일반 민중들도 명절이면 때때옷이라며 멋들어진 한복을 즐겨 입곤 했다.

한복 하면 고 앙드레김을 떠올릴 만하다. 앙드레김은 양장뿐만 아니라 한복도 홀로 개척한 패션의 거장이다. 패션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접목한 이상봉 디자이너도 있다. 하지만 아직 한복 하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진부함이 다반사다. 요즘 한복은 명절이나 결혼식, 칠순잔치 등 특별히 지정된 날에만 잠깐 입고 다시 장롱에 넣어버리는 일종의 기념복으로 취급된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우리 민족의 혼과 천연의 우리 색을 담은 전통 한복이 그만큼 대우를 못 받는 것 같아 한복을 짓는 사람으로서 속상하다.

필자는 한복을 그저 옷을 짓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기 위해 독특한 그림을 수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비, 꽃, 곤충 등과 우리 민화를 그렸는데 최근에는 한복을 입는 사람과 어울리는 다양한 캐릭터를 그리는 등 캐릭터 영역을 넓혀 간다.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 수를 놓는 것이 우리 민족의 혼을 담고 기품을 살리는 길이다. 우리 옷 한복에는 한국인의 가치관과 지혜가 그대로 드러난다.

한복의 색에 쓰인 오방색을 통해 멋을 아는 선조들의 정신을 알 수 있다. 음양오행설로부터 나온 오방색은 남색 노란색 빨간색 흰색 검정색으로, 각각 동쪽, 중앙, 남, 서, 북을 가리킨다. 한글날에 한복도 기억하고 발전시켜 널리 소개하자는 의미에서 소박한 단상을 독자 여러분께 살짝 소개했다.

김예진 한복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