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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잃은 청춘들“우린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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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몰린 해외취업박람회… 한숨만 가득
절박감이 느껴졌다. 북새통을 이뤘으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결같이 굳은 표정이었고 간간이 한숨소리가 새 나오기도 했다.

9일 오전 10시 ‘2011 해외취업 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낯선 해외에서라도 일자리를 구해보려는 20∼30대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복장은 단정했고 외모에 부쩍 신경 쓴 모습이었지만 여유보다는 비장함이 더해 보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 취업에 번번이 실패한 구직자들이다.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1 해외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면접을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코트라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 주관한 이번 박람회에는 2만명이 넘는 구직자가 몰렸다.
지차수 선임기자
새벽에 대구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이모(31·영남대 졸업)씨는 “취업 삼수생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아침 일찍 상경했다”며 “어디라도 좋으니 이번에는 꼭 일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후 3시부터 사전 예약자 면접이 시작되지만 박람회장은 이미 오후 2시에 5000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으려고 이처럼 몸부림치고 있지만 실업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15∼29세 청년 실업률은 6.3%, 청년실업자는 26만5000명에 달한다. 올 들어 8월까지 평균 청년 실업률은 8%로 더 높다. 연초보다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전체 실업률(3.0%)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청년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들은 대학 졸업 후 여러 곳에 입사원서를 내지만 워낙 뽑는 인원이 적어 취업이 쉽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임모(29)씨는 “졸업 후 국내 기업 15곳 정도에 원서를 넣었는데 한 곳도 안 됐다”고 하소연했다.

실력보다 어느 대학이냐를 따지는 ‘학벌 중시’ 풍토가 싫어 해외취업으로 방향을 돌린 젊은이들도 있었다.

지방대 출신 이모(33)씨는 “토익이나 영어성적이 좋아도 국내 기업 취업에서는 지방대 학력이 밀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니냐”며 “해외기업은 학벌·나이에 제한이 적고 영어와 2외국어에 자신이 있어 외국 기업으로 취업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이날 박람회는 행사 전 이력서를 제출한 이들이 1만510명이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2만여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해외 취업을 원하는 이들은 이처럼 급증하는 추세지만 실제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고 알려진 이들 가운데 70%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의원이 최근 글로벌 해외 취업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9%가 여전히 미취업 상태이고 취직한 31%의 응답자 중에서도 연수받은 직종과 동일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례는 고작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사후관리가 전혀 없다는 응답도 8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박람회 같은 일회성 행사보다 취업을 원하는 이들을 꾸준히 기업과 연결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이 청년층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위기 탓도 있지만 그보다 고용 정책의 실패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정책이라야 한시적인 인턴제 등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기환·조민중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