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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잔칫상 활개치는 암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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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3만원→5만원 폭리… 단속 손길 못미쳐
“온라인 예매방식 입장권 싹쓸이 부추겨” 지적
“경기장 표 없으신 분?”, “관중석 제일 앞자리 티켓 있어요!”

19일 오후 6시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 관중이 경기장으로 속속 입장하는 가운데 모자를 눌러쓴 몇몇 사람들이 분주하게 표를 구하려는 시민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바로 암표상들이다. 잔치 분위기를 흐린다며, 이들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았다.

기자가 한 매표소 직원에게 다가갔다. “현장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듣고는 이내 실망한 듯 돌아서자 어떻게 알아챘는지 주변으로 3∼4명의 암표상이 다가왔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표 있어요.” 그 중 한 명과 말을 트자, 다른 암표상들은 곧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그들만의 ‘룰’인 듯싶었다. 정가 3만원인 응원지정석을 요구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서 암표상이 표 다발 속에서 응원지정석 입장권을 꺼내고는 5만원을 제시했다.

“이렇게 많은 표를 어디서 샀느냐”고 묻자 “살 거냐, 말 거냐”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가격을 깎으려고 했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바로 떠나버렸다. 주변을 돌아보니 곳곳에서 암표상들과 입장권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일반석 표는 4만원, 지정석은 5만원!” 암표상들은 단속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당당하게 호객행위를 했다.

현장 암표 판매는 경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문학경기장 주변에서 2시간을 관찰했지만 단속하는 경찰들은 없었다. 심지어 시설경계를 서는 의경들 앞에서도 버젓이 암표가 거래됐다. 또 현장 검거를 시도하더라도 암표상들이 경찰관들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다른 곳으로 옮겨 표를 파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암표를 없애려고 도입한 인터넷 온라인 예매 방식이 암표상의 입장권 싹쓸이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표를 구하지 못해 현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암표를 살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이번 플레이오프는 입장권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대학생 손모(28)씨는 “인터넷 예매가 매진이 돼서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와보니 암표상들이 손에 입장권을 무더기로 쥐고 있었다”면서 “정가보다 2배나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데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경찰관은 “현장판매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온라인상 암표거래는 처벌 규정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온라인 매매 등이 이뤄지는 것도 알고 있지만 사법권이 없는 우리로서는 뚜렷한 단속 방법이 없어 암표 매매를 하지 말자는 홍보를 할 뿐”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유진·김준범 기자 heyd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