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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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특허 日이 67% 독점… 미래 車산업 '비상'

글로벌기업 쏟아지는 특허… 산업계 전반 소송 전선
LG전자는 지난달 27일 LG이노텍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를 상대로 자동차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회사가 생산한 자동차에 LG전자 특허를 침해한 오스람의 자동차용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지 헤드램프가 탑재돼 있다는 게 소송 배경이다. 국내외 업체 간 LED 특허소송이 격화하면서 조명에서 시작된 특허전쟁이 자동차로 확대된 것이다.

◆특허가 쏟아진다

스마트폰, 반도체, LED 등 IT 부문에서 시작된 특허전쟁이 자동차, 가전, TV를 포함한 모든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후발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표준 플랫폼을 형성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특허가 기업에 매우 유용한 무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 확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허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문제는 기술 융·복합 추세에 따라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특허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화, PDA, 카메라 등이 융합된 스마트폰은 관련 특허가 최소 7000건에서 최대 25만건으로 추정된다. 운영체제를 비롯해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등 그 범위도 방대하다. 데이터 관리는 리서치인모션(RIM), 터치스크린은 애플, 데이터 전송은 인터디지털이 강세다.

미국은 1863년 최초의 특허가 등록된 이후 50만 번째 특허등록까지 58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특허가 쏟아지고 있다. 2010년 한 해에만 미국에 등록된 특허는 20만건에 달했다. 1990년 히타치는 908건으로 미국 특허등록 기업 1위를 차지했지만, 2010년에는 IBM이 5866건으로 수위에 올랐다.

◆확대되는 소송 전선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스마트폰에 이어 특허소송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특허만 약 5만8000건으로 추산된다. 관련 특허는 1906년 처음 출원된 이후 1990년대 초부터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집약돼 있고, 특허 포트폴리오의 범위가 광범위해 특허가 없는 업체는 특허소송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하이브리드카 특허의 67%(도요타 43%, 닛산 15%, 혼다 9%)를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친환경 미래자동차 시장 선점을 노리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로서는 매우 불리하다.

자동차 분야 특허관리 기업인 페이스가 2006년부터 도요타와 포드에 특허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등 이 부문에서도 특허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2010년 86만대에서 2016년 465만대, 2020년 1100만대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ED 업계는 오스람, 필립스, 니치아, 크리, 도요다고세이 등 ‘빅 5’가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해 강력한 특허 블록을 구성한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이들과 피 말리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화학업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현재 미국 듀폰과 9억1990만달러(약 1조580억원) 규모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 버지니아주 동부법원은 지난 9월 코오롱이 듀폰 ‘케블라’ 섬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으며, 듀폰 측은 징벌적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청한 상태다. 자동차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특허관리 전문기업인 오리온IP로부터 다른 20여 개 자동차업체와 함께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2009년 4월에는 3400만달러(약 39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지난해 5월 항소를 통해 승소했다.

박찬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특허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주력사업 영역뿐 아니라 미래 신사업 영역과 인접 분야까지 포괄하는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단순히 특허등록 건수를 늘리기보다는 사업화 프로세스 개선, 로열티 수입 확대와 휴면특허 매각 등 질적 측면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