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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소녀 살인' 무죄선고에도 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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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코 노숙소녀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기소(상해치사 혐의)돼 5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 중인 정모(32)씨. 그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 깨어난 지난 2007년 5월의 어느 날 갑자기 살인자가 돼 감옥살이를 하고 있었다고 자신의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37·법무법인 경기)에게 편지를 보냈다. 수감생활을 한지 3년여 만이다.

"저는 지금 장벽 안에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할머니도, 제 건강마저 잃었습니다. 많이 힘듭니다. 하루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는 오랜 수감생활 중 얻은 결핵으로 심한 기침과 함께 피까지 토했다.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그는 편지에서 자신의 누명을 벗겨 달라 호소했다.

또 상해치사죄에 대한 대법원 재심 청구에 대한 희망도 놓지 말아 달라고도 당부했다. "저는 사건 장소도 몰랐고, 수원에서 술을 마시고 잔 기억밖에 없는데, 제가 어찌 사건장소를 알겠습니까. 변호사님 제발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그렇게 정씨의 상해치사죄에 대한 재심이 시작됐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상해치사죄에 대한 재심을 위해 먼저 위증사건의 재심을 청구, 개시결정을 받았다.

앞서 정씨는 지난 2008년 노숙소녀 김모(당시 15세)양 상해치사 사건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와 "저와 노숙청소년들은 노숙소녀를 살해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위증죄로 기소돼 징역 5월을 선고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재심에서 징역 5월의 실형이 유지되자 항소했고, 27일 수원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은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노숙소녀 상해치사죄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위증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물증없이 용의자의 자백만으로 진행된 수사 결과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원역에서 범행현장인 수원 A고교까지 1시간이나 떨어진 곳까지 가게된 경위나 사유가 없고, A고교 정문과 수원역 대합실에 설치된 CCTV에 정씨와 노숙소녀 등의 모습이 전혀 찍히지 않았다. 더욱이 현장 감식에서도 지문이나 유류품 등 정씨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등 물증이 전혀 없어 애초 피고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사망 추정 시각과 노숙소녀 폭행 당시의 구체적인 행동 양태와 범행 이후의 제반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와는 부합하지 않아 피고인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씨의 해증죄 무죄를 이끌어 낸 박준영 변호사는 수사당국의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자백과 끼워 맞추기식 수사가 빚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강압에 의한 자백만으로 무고한 시민을 수년째 옥살이하게 한 것도 모자라, 진범이 아니라고 호소한 법정 진술도 위증으로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법원이 위증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즉시 정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통해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씨는 2007년 5월 수원 A고에서 숨진 노숙소녀의 살인범(상해치사죄)으로 기소돼 징역 5년형이 확정됐으나 재심을 청구, 고법에서 기각돼 다시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jungha9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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